한컴 경영권부쟁 ‘위기’

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가 대표이사 해임과 관련한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가 국민적인 `한글 살리기` 운동에 힘입어 회생했던 한컴이 또다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 한컴은 현재 일반 개인이 99.8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기업`인 동시에 주인없는 기업이다. 해임된 김근 전 사장과 노조가 새 경영진을 인정하지 않고 일전을 다짐하고 있는 데다 신임 류한웅(미국명 폴 류) 대표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 업계는 한컴 호의 앞날에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김 전 사장은 11일에도 보도자료를 내어 “최근 경영진 교체 등의 사태는 회사 내부사정의 착오로 발생된 것”이라며 “대표이사 교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컴 측은 이를 “대표이사가 아닌 개인차원의 자료”라고 부인,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컴 노조도 “현 경영진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쟁의신고를 밟고 파업도 불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현재 한컴의 모든 결제는 김 전 사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사장실이 폐쇄돼 이사실에서 집무중이다. 한편 경영권 분쟁과는 별도로 신임 류 대표와 한컴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도 뜨겁게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류 신임대표가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외국인이라는 것.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에 맞서며 국민적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한컴의 CEO로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류 신임대표는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데다 그를 보좌하는 현 이사진 역시 모두 미국 시민권자여서 논란은 한컴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류 신임대표가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글의 미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다”고 말해 류 대표에게 한컴을 맡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컴 측은 법적 논란을 야기한 이사진 구성과 관련, 현재 공석인 사외이사 3명을 채우기 위해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오진석 전 골드만삭스 지사장을 영입하기로 하고 나머지 1명을 물색 중이다. 오는 3월22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어서 분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컴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모두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김 전 사장을 포함한 현 이사진이 모두 사퇴하고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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