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통사의 장기 가입자 푸대접

오는 3월이면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풀린다. 일부에서는 자유경쟁을 근거로 자동일몰을 주장하는 데 반해 공정경쟁과 장기가입자 보호를 위해 2년 이상 가입자에 대해 부분적으로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문제가 있다. 장기 가입자들이 번호이동을 통해 자주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철새고객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이통사들에 있다. 이통사들은 ‘잡힌 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충실히 실천이라도 하듯 신규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장기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별로 없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통해 휴대폰을 싸게 장만하려는 행태를 나무라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비롯한 모든 방안을 고려해 장기가입자를 배려해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보조금은 이통사들이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복지기금이 아니다. 자신들의 장기적인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싼 휴대폰을 싸게 파는 마케팅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통사들의 수익 기여도에 비례해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현재 의무가입기간을 두는 것은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의무가입기간이 불공정하다는 판결이 내린 이유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의무가입기간을 뒀고 기간과 규정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통사들이 합리적인 의무가입기간에 대한 규정을 설정한다면 정보통신부가 공정위를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이통사들이 고객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았으니 소비자들도 이통사들에 받은 만큼 기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장기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왜곡된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통사들은 장기고객에게 그에 합당한 혜택을 주고,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받은 혜택만큼 기여해주는 선순환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의무가입기간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