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늘고 의사는 떠나고…보건소 '흔들'

보건소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비가 저렴한 보건소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으나 의사 부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형편이다.특히 보건소 의사들이 의약분업후 개인병원의 수입이 늘자 개업하거나 고액연봉을 제안한 일반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일부보건소의 경우 이직한 자리에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다. ◇환자 늘고 의사는 떠나고=의약분업 이후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지역 한 보건소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해도 의사 1인당 하루 100~150명의 환자를 진료했으나 중반이후부터는 적게는 200명에서 최고 350명까지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 면허를 가진 행정과장과 보건소장까지 진료에 나서고 있으나 환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는 다시 과중한 업무에 못견딘 의사들의 이직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보건소를 떠난 의사수는 총정원 125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1명에 달했다. 특히 일부 구의 경우 총원 6명이 모두 이직해 현재 4명의 의사만 새로 충원돼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구지역은 8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정원을 채우고 있는 보건소가 2곳에 불과하다. 서구보건소의 경우 의사 정원은 3명이지만 올들어 1명이 개원을 하고 1명은 해외로 이주를 해 현재 1명이 전담하고 있다. 울산 북구보건소의 경우 지난 4월말 계약직 의사가 고액 연봉 제의를 받고 일반병원으로 이직한 후 4개월째 보건소장 1명이 급증한 환자를 도맡아 진료하고 있다. ◇급여현실화가 관건=보건소 의사들의 이탈현상은 무엇보다 과중한 업무부담 때문이다.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상대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진료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지쳐 "떠나고 싶다"는 마음만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소 의사는 정부의 '공무원 총정원제'에 묶여 환자가 아무리 늘어도 증원이 어렵다. 단체장이 굳이 의사를 증원 하려면 그만큼 사무관급을 감축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일반병원에 비해 현격히 낮은 보수도 이탈 원인중의 하나다. 보건소 전문의와 일반의의 연봉은 4,000~5,000만원선으로 일반 공무원에 비해서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일반병원보다는 훨씬 적다. 이에 따라 보건소 정상화를 위해 보건 전문가들은 일정 정도의 급여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별정직 사무관에 준하는 임금수준을 서기관급 이상으로 올려 보건소 의사들이 의욕을 갖고 장기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장은 "외래환자가 많은 내과 등의 경우 몰려드는 환자들로 점심도 거른 채 진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무엇보다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하는 만큼 공무원 총정원제에서 보건소 의사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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