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취미를 물어보면 유독 '등산'이라고 답하는 이가 많다. 실제 경제연구소가 매년 조사하는 리서치에 따르면 등산은 항상 1~2위에 랭크 되곤 한다. 엄청난 업무량에 시간 내기 어려운 CEO들이 '한가하게' 산에 오른다고 하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하지만 등산과 경영은 많은 측면에서 서로 닮은 점이 많다고 저자 전경일씨는 말한다. 베스트셀러 '마흔으로 산다는 것'를 펴낸 저자는 지난 5년간 서울 근교의 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의 명산을 들며 만난 73명의 경영자를 직접 인터뷰해 한데 묶었다. 그는 경영 일선에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CEO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 등산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산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고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지나치게 감상적인 답변으로 들린다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를 일. 그렇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경영자들의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 앞에 사람이 보이면 그땐 나하고 거리가 800미터 입니다. 옷에 마크가 보이면 150미터로 줄어든 거고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면 100미터가 남은 거죠. 하지만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죠. 내가 2,000미터 뒤로 처져 있거나, 반대로 상대가 죽어라고 내 뒤통수를 쪼고 있는 겁니다." 산을 좋아하는 CEO들이 제일로 치는 산은 겨울 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 생명이 움트는 연두의 봄, 녹음이 우거진 풍성한 여름, 온 산을 물들인 가을도 각기 제 맛을 뽐내지만 역시 겨울이 최고라는 것. 이유인 즉 앙상한 바위와 나무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오히려 자신과 바로 마주설 수 있기 때문이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육체적으로 땀을 흘리는 시즌이라면 겨울은 정신과 영혼이 땀을 흘리는 계절인 것. 저자는 전체 7개의 장으로 구분해 경영과 등산의 공통분모를 현장의 생생한 육성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특히 경영현장에서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위기, 사업실패, 극한상황 등을 흥미로운 에피소드에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