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늘어나 좋지만 도움 받을 캐디가 없다.’
프로골퍼들이 최근 국내 골프대회가 크게 증가하면서 생계 걱정을 덜게 됐으나 대회에서 백을 메줄 캐디를 구하지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 캐디는 코스에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조력자. 어떤 캐디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대회 성적이 크게 달라지곤 한다. 그러나 수년 전만해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골프장 소속 캐디들이 선수 백 메는 것을 기피하고, 전문 캐디는 거의 없는 탓에 백을 맡길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선수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부모나 형제, 학교 선후배, 제자 등에게 부탁, 그저 백만 들고 다니며 거리 측정이나 그린 라인 읽기 등 캐디에게 도움 받아야 할 일을 모두 스스로 하는 선수들도 크게 늘고 있다.
11일 개막하는 KB스타투어 1차전에서는 골프장 소속 캐디가 30명만 지원됐다. 오는 19일 시작될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태영CC에서 ‘소속 캐디를 선수들을 위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측에서 선수 캐디 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대회 진행 요원, 방송 요원 등으로 캐디들이 활용되기 때문. 통상 대회 진행요원으로는 20~40명 정도, 방송 진행요원과 스코어 집계 요원으로도 수십 명이 차출된다. 이와 별도로 대회 코스 외에 다른 코스에서는 일반 입장객을 받기 때문에 골프장 측에서 캐디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회가 임박해도 캐디를 구하지 못한 일부 선수들은 샷 연습은 미뤄둔 채 캐디 구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 여자 골퍼는 “차라리 백을 메고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속이 편하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30대 후반의 또 다른 여자 골퍼는 “전문 캐디로 나서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골프장 소속 캐디들이 대회에서 선수들의 백을 메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 생각대로 조언하지 못하고 경기 내내 눈치 보며 비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심신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모 골프장 관계자는 “언젠가 유명 선수의 백을 멨던 캐디 한 명이 9홀을 마친 뒤 울며 들어와 나가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당시 그 선수는 라인 잘 못 읽는다는 둥, 거리가 틀리다는 둥 계속 캐디 탓을 했고 나중에 입을 다무니 말 안 한다고 또 타박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수고료도 10만원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8~9만원 받는 경기나 방송 지원요원으로 나서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미국 투어에서 볼 수 있는 전문캐디는 거의 없는 상태. 그 동안 전문캐디를 쓸 만큼 국내 대회가 활성화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선수들이 수입의 10%이상 되는 캐디 료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