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결과가 말할 것이다

제4보(64~85)



흑이 65로 하변을 지키자 백도 66으로 상변을 최대한으로 지켰다. 흑이 상변에서 선수를 뽑아 좌변을 71로 지키자 쌍방의 진용이 거의 완성되었다. 여기서 형세판단을 해보면…. 백은 우하귀가 20집, 상변이 25집, 좌변이 10집 정도로 덤까지 60집이 기대된다. 흑은 우상귀가 30집, 좌변이 17집 정도. 그러니까 흑이 하변에서 15집을 마련하면 팽팽한 계가바둑이라는 얘기가 된다. 하변의 흑진에 과연 몇 집이나 붙을 수 있느냐가 승부의 포인트가 된다. 만약 하변의 흑을 제로로 만들 수만 있다면 물론 백승이다. 적어도 요다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한 그의 생각이 백72로 준동한 데서 여실히 보인다. 이런 식으로 비비고 살아버리면 흑은 빈껍데기가 된다고 요다는 계산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쉬의 생각은 달랐다. “강한 적진에 육박하여 싸움을 전개하는 것은 기리에 벗어나는 일이다. 요다가 원거리에서 삭감을 강구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육박전을 펴는 것은 자멸에 가까운 작전이라고 보았다.”(장쉬) 원거리 삭감이라면 참고도의 백1이다. 흑2로 지키면 반상최대의 끝내기인 3을 차지해 버린다. 백은 좌하귀의 집이 15집으로 불어나는데 흑의 하변은 15집 이하가 될 공산이 크다. 장쉬는 백이 이렇게 둘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검토실에 있던 왕리청 9단의 해설은 대국자 양쪽이 듣기 편한 것이었다. “어차피 바둑은 자기 개성의 표현입니다. 요다가 강한 적진에 육박하여 전투를 꾀하는 것이 기리에 어긋난 것은 사실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박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결과입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기면 되는 것인데 과연 요다가 이 바둑을 이길 수 있을까요.”(왕리청 9단)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