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코끝에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파란 하늘 따사로운 햇살아래 어느덧 능선에서는 조금씩 거칠어 가는 가을바람이 겨울을 재촉한다. 가을이면 들녘을 하얗게 물들이며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억새 모습에서 계절이 바뀌어 감을 느낀다.
가을을 찾아 주말이면 맑고 깨끗한 산하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대로 만끽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 눈에 백내장이 끼면 구름이 낀 듯이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백내장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증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40대에는 40% 정도에서 생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명중 4명은 백내장이 있다. 50대엔 50%, 60대엔 60% 정도에서 생길 정도로 백내장은 노인층에 많다.
초기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으나 차츰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이면서 시력이 나빠진다. 별나게 밝은 곳에서만 시력이 떨어지는'주맹현상'도 생긴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면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사람 눈 속에는 누구나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있다. 카메라 렌즈에 이상이 생기면 사진이 흐리게 나오듯 사람 수정체도 이상이 생기면 사물이 뿌옇게 흐려 보인다. 이런 현상을 백내장이라 한다.
백내장은 당뇨병 같은 전신 질환이 있으면 확률이 더 높으며 눈의 외상이나 강한 자외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 중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인성 백내장이 가장 흔하다. 노인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조금씩 생기고 점차적으로 심해지면서 서서히 시력이 저하되는 것이 특징이다.
백내장이 있는 사람들은 왠만큼 시력이 나빠져도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백내장으로 인한 저시력은 노인의 활동력까지 저하시켜 노인성 치매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경고도 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듯이 요즘같이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백내장 수술시기는 일반적으로 시력 감소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고려해봐야 한다.
비슷한 정도의 백내장으로도 개인에 따라 시력감소나 느끼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수술시기는 안과 전문의와 의논하는 것이 좋다. 예전엔 백내장이 심해져서 충분히 익어야(?) 수술한다고 했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초음파 수술법이 등장한 뒤로는 초기에 더 쉽고 빠르게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때문에 점점 빨리 수술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는 안약으로 백내장의 진행속도를 더디게 해줄 수 있는데 이미 진행된 백내장은 약물을 넣더라도 효과가 없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백내장은 악화한다. 따라서 결국에는 수술로 혼탁 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맑고 투명한 인공 수정체를 넣어 주어야 한다.
/윤호병원안과원장ㆍ의학박사 www.pluslasi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