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번호 車잘 나가네

"연료비 절감에 절세효과"
기업체 업무용으로 선호
車 내수시장에서 VIP로


서울 도심의 빌딩 지하주차장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허'번호 차량들. 이제는 제주도 같은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허' 번호판을 단 렌터카를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모두 렌터카 업체에서 장기 대여한 차들이다. 렌터카가 며칠간의 국내여행에만 쓰였던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기업체는 물론 자영업자들도 업무용으로 렌터카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쓰임새가 늘면서 구매단위가 커진 렌터카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증대에도 기여하며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VIP'가 됐다.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11월까지 123만6,800여대, 연말까지는 135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이중 렌터카 업체들의 구입비중을 4~5%가량으로 추산한다. 연간 6만여대가 '허' 번호를 다는 셈이다. 렌터카 업체들의 신차구입 물량은 매년 20~30%씩 늘어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렌터카의 용도가 일반개인에서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구입 대수가 늘어 렌터카 업체는 법인영업에서 이미 '1순위 고객'"이라고 전했다. 기업체들이 업무용으로 랜터카를 선호하게 된 것은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호렌터카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LPG차량으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에 연료비 절감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렌터카는 차량10부제나 5부제 대상이 아닌데다 대여료를 전액 손비로 인정 받을 수 있어 절세효과도 가능하다. 이밖에 정기적인 차량점검과 더불어 사고가 났을 때 대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런 혜택에 힘입어 장기대여 렌터카 시장은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2005년 전년 대비 13% 성장에서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28%, 21%의 성장세를 보였다. 렌터카 업체의 매출에서도 기업에 대한 장기대여 비중이 회사별로 65~80%에 달한다. 절대 수익원이 장기대여인 셈이다. 올해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5% 성장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이 렌터카의 장점이 알려지자 이를 악용하는 '얌체 운전자'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렌터카는 영업용 차량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신차 구입시 차 가격의 10%에 달하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가 면제된다. 개인이 살 경우 5,000만원인 현대차의 제네시스를 렌터카로 구입하면 600만원이나 싼 4,400만원 정도면 된다. 이를 아는 개인들이 일부 소형 렌터카 업체 명의로 개인용 차량을 편법 구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허' 번호판의 차를 싸게 사는 대신 렌터카 업체에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렌터카 편법구매가 늘자 2006년 국세청이 국내 완성차 업체와 수입차판매 업체에 판매현황 자료를 요청, 개별소비세를 부당하게 면제 받은 개인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렌터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속이 강화돼 이 같은 편법구매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여전히 구매대행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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