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협정 발효를 앞두고 베트남 시장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미상원과 베트남 국회의 비준이 남겨져 있지만, 미 하원 비준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공식 발효는 단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무역협정이 발효되어 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최혜국대우(MFN)를 받게 되면 미국시장에서 베트남 수출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지게 되고 특히 노동집약적 분야인 섬유(38.5%→4.4%), 의류(58.0%→14.3%), 가죽(22.8%→8.4%), 전자제품(32.2%→3.1%) 등은 대미시장 진출에서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미 우리 베트남 진출기업들의 행보는 바빠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이 대미 우회수출기지로서 큰 이점을 갖게 됨에 따라 섬유ㆍ봉제ㆍ완구ㆍ신발ㆍ가방 등을 중심으로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우리 중소기업들은 대미시장진출에 큰 활로를 얻게 되었다.
앞으로 베트남 특수가 예상되면서 원부자재 및 관련 설비가 증폭될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수출유발효과도 크게 기대된다.
또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발효로 베트남 시장개방과 투자진출 여건이 급속히 개선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염두에 둔 베트남이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하면서 그 동안 쟁점이 되어 오던 주요 투자제한조치나 시장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금융ㆍ서비스 시장ㆍ지적재산권 보호 등 국제적 수준의 시장개방조치로 베트남 진출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선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협정에는 베트남에게 GSP(일반특혜관세제도) 수혜의 적격성 여부를 고려할 것임을 적시하고 있어 앞으로 특정 품목에 대한 무관세혜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욱이 베트남은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도 참여하고 있어 미국 우회수출기지로서 뿐 만 아니라 동남아 진출거점으로서도 손색이 없어 베트남 진출 러시가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과거에 우를 범했던 것처럼-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만 믿고 무분별한 진출 경쟁을 벌여서는 안되고 기업들의 보다 침착하고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베트남 시장은 90년대 초반이후 투자붐을 일으키면서 주요 경쟁국인 대만, 홍콩은 물론 서방 선진국들이 각기 경쟁우위를 가진 분야에 진출 선점을 위해 이미 과다 진출해 있는 상태다.
특히 저임노동력을 이용한 원가 절감형 투자는 미국의 MFN조치를 기대하여 이미 지속적으로 투자가 유입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은 미국시장에서의 거래선 확보 및 비즈니스 라인을 점검하면서 진출선점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특히 섬유와 봉제와 같은 부문에서는 향후 쿼터배분을 고려하여 베트남 기업들과 합작을 통한 동반진출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진출경쟁이 심화될수록 단기적 이익은 줄어들고 오히려 투자마찰요인이 급속히 확대되어 진출기업의 경영여건은 악화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중소진출기업의 경우 투자진출 초기 현지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한 경영방식으로 노사분규를 야기시켜 우리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며, 베트남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진출기업들은 현지화 전략을 통한 경영능력 제고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기업경영 차원에서 본다면 베트남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경기 침체와 테러 발발로 인한 미국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현지 진출기업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개혁과제가 산적되면서 제반 투자환경이 불투명하여 기업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며 현재로선 다양한 측면에서 위험관리전략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 잠재적인 투자진출상의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경영현지화를 목표로 국제경영전략을 확대함으로써 투자실익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