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로펌 율촌, 글로벌 경쟁력 입증

롯데제과 벨기에 길리안社 인수에 '메인 카운설'役
입찰등 협상 全과정서 법률자문 독자적 제공
현지 로펌과 유기적 협조… 고객만족도 높여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 로펌 최초로 한국기업이 유럽지역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데 메인 카운슬로 참여해 협상 전 과정의 법률자문을 독자적으로 제공했다. 롯데제과와 길리안 관계자들이 지난 7월11일 벨기에 현지에서 율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롯데제과 제공

윤희웅 변호사

이태혁 변호사

지난 달 11일 벨기에 앤트워프. 국내 빙과업체인 롯데제과는 유럽 벨기에의 초콜릿 제조ㆍ판매사인 길리안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합병(M&A) 딜 규모는 1,800여억원. 해외 M&A 치고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었다. 재계에선 롯데의 글로벌 전략에 관심을 보였지만, 법조계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법무법인 율촌을 주목했다. ◇“한국 로펌의 경쟁력 증명”= 율촌이 주목받은 이유는 유럽지역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업체를 인수하는 데 ‘메인 카운슬(main counsel)’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메인 카운슬이란 법률실사, 입찰, 인수계약서의 작성 및 협상, 종결절차의 수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법률자문을 독자적으로 제공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할 때 대부분 해외의 유명 로펌들에 우선 일을 맡겼고, 해외 로펌의 주도하에 딜이 이뤄져 왔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 로펌은 한국법에 대한 자문 정도만 해 주는 역할에 머무는 사실상 ‘하청’ 수준이었다. 올해 초 STX그룹이 노르웨이의 아커야즈를 인수하는 과정이나 지난 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중장비업체 잉거솔랜드의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유수의 로펌이 참여했지만, ‘서브 카운슬(sub counsel)’ 역할이었다. 그런데 율촌은 글로벌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딜에서 협상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주도했다. 특히 세계적인 로펌인 스캐든 압스도 이번 딜에 눈독을 들였지만, 이를 물리치고 율촌이 낙점됐다. 이번 딜을 총 지휘한 율촌의 윤희웅 변호사는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거래에서 한국 로펌과 한국 변호사들이 주체가 돼 딜을 진행한 것은 최초일 것”이라며 “한국 로펌이 선진국 기업을 M&A하는 데 메인 카운슬로 참여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지 로펌과의 유기적 협조도 두각= 율촌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년전부터 지속적인 제휴관계를 맺어 온 현지 로펌과의 ‘찰떡궁합’ 협조체제다. 율촌이 계약서 협상 등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현지 로펌인 스티베와의 긴밀한 협력이 없었다면 어려움이 노정됐을 수도 있었다. 벨기에 현지 로펌인 스티베(Stibbe)는 서브 카운슬로 참여해 현지법에 대한 자문을 실시간 제공했다. 윤희웅 변호사는 “스티베의 도움으로 현지어로 된 서류들에 대한 실사작업 및 현지법 자문을 받아 국제 수준에 맞는 업무의 완벽성과 함께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지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로펌을 특별히 엄선해 ‘좋은 관계’를 미리 맺어둔 게 이번 딜에서 크게 빛을 발한 셈이다. 윤희웅 변호사는 “현지 로펌과는 서로 눈빛만 봐도 소통이 될 정도로 긴밀한 관계”라며 “율촌이 메인 카운슬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한 현지 로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을 돌렸다. ◇율촌을 믿고 맡긴 롯데의 선택도 빛났다= 이번 딜에서 보이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롯데제과의 선택이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M&A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로펌을 선뜻 메인 카운슬을 맡기는 곳은 전무한 형편이다. 로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M&A 실패에 따른 책임문제 때문에 외국 로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국내 대형 로펌들조차도 이 같은 기업들의 인식을 깨기는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다. 롯데제과 역시 해외 M&A에 국내 로펌을 메인 카운슬로 쓰기에는 부담이 돼 처음에는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율촌은 국내외 M&A에서 20여년간 잔뼈가 굵은 윤희웅 변호사를 팀장으로 앞세워 세일즈에 나섰다. 하버드 출신의 이태혁 뉴욕주 변호사 등 4~5명의 전문가도 불러 모아 막강한 팀을 짰다. 윤 변호사는 롯데제과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믿어달라. 열심히 해 결과로 말하겠다”며 설득에 나섰다. 율촌은 합리적인 법률비용 뿐만 아니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의 장점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롯데제과는 여전히 못미더운 듯 “경쟁입찰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율촌은 입찰 제안서를 냈다가, 수정하기를 수십번한 끝에 국내 내놓라 하는 로펌이 참여한 입찰에서 최종 선택됐다. ‘외국업체를 M&A하는 것인데 국내 로펌에만 맡겨도 될까’라며 막연한 불신을 보냈던 롯데제과는 율촌의 제안서를 받아 들고서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이 정도면 한번 믿어봐도 되겠다”며 메인 카운슬로 선택했다. 윤 변호사는 “국내 로펌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과감히 깬 것은 롯데였다”며 “율촌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해 좋은 결과를 내놨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롯데의 길리안 인수 성공은 롯데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국내 로펌도 해외 M&A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엄청난 상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율촌 M&A팀 '막강 전력'
기업 인수 능통한 윤희웅 변호사등 10여명 포진
법무법인 율촌은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강희철 변호사를 그룹장으로, 막강한 M&A팀을 운영중이다. 효율적인 M&A자문을 위해 파트너 변호사 10명이 실시간 조언체제를 갖추고 있고, 40여명의 팀 소속 변호사들도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제과의 길리안 인수건을 성공시킨 윤희웅 변호사 역시 18년간 국내외 크고 작은 M&A를 수십건 처리한 전문가로 통한다. 윤 변호사는 2005년 스탠다드 차터드은행의 제일은행 인수와 2007년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2008년 현대자동차의 신흥증권 인수 등 굵직 굵직한 M&A자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냈다. 특히 스탠다드 차터드의 제일은행 인수건은 딜 규모가 34억 달러에 달하고, 홍콩의 '아시안 카운설(Asian Counsel)'에서 '2005년 올해의 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윤 변호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태혁 미국변호사(뉴욕주) 역시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나와 '오릭 헤링턴 & 서트클리프' 동경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등 글로벌 마인드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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