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7월 가진‘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발표 간담회’ 에서 수요예보자와 비밀유지계약제, 아이디어 보상구매제도등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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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KT 회장은 KT의 장래 위험요소 중 하나로 협력사와의 관계를 지목했다. 협력사들이 KT에 애정보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었다.
이 회장은 상생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취임 직후 곧바로 검사 출신인 정성복 사장을 윤리경영실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내부 논의를 거쳐 그 해 6월에는 구체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최저가 입찰 폐해 방지, 유지보수비 지급 확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자립기반 강화, 현금 결제 및 금융 지원 확대 등 구매제도 혁신 등이 포함됐다.
특히 최저가 입찰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일물복수가 제도는 협력사 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이전까지 최저입찰제를 통해 협력사 네 곳을 선정할 경우, 가장 낮은 입찰가로 모든 업체가 계약을 하거나 입찰가를 높게 써낸 3개 업체는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일물복수가가 적용된 이후에는 KT가 내부적으로 산정한 목표가격 이내에만 들면 최저가와 관계 없이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했다. 2009년 벤처기업 송년회에서 한 중견기업 대표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연구 개발할 의욕이 생겼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상생경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전혀 납품실적이 없던 기업이 아이디어 하나로 KT와 손을 잡는 사례도 속속 생겨났다.
1년 후인 지난 7월, KT는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한 '3불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KT의 구매 수요를 미리 공개하는 수요예보제와 아이디어 유출을 방지하는 비밀유지계약제, 아이디어 제공 협력사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아이디어 보상구매제도 등이 포함됐다.
'공짜 점심은 없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결국 소비자가치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이 회장의 지론 덕분에 가능한 방안들이다. KT는 꾸준한 상생 경영을 인정받아 지난 9일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글로벌 기준으로 투명하게 평가하는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 지수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협력업체와의 소통에 기반한 동반성장 시스템 덕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