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세계를 '그들만의 체스판'에 올렸다

■ 美-中 첫 '전략·경제대화'
글로벌 경제·군사등 전부문 방향타 설정 논의에 나설듯
환율·국채등 갈등 요인 많아… "본격 협력은 쉽잖아" 전망도


미국과 중국이 지구촌을 통째로 그들만의 ‘체스판’에 올려놓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한 미중 간 첫 ‘전략ㆍ경제대화(S&EDㆍ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 특별연설에서 전세계의 평화적 발전과 글로벌 경제 안정을 위해 미중 간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강조했다. 기존의 미중 ‘전략경제대화(Strategic Economic Dialogue)’를 확대한 이번 ‘S&ED’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글로벌 경제문제는 물론 군사ㆍ안보ㆍ사회ㆍ문화 등 전 부문에 걸쳐 세계질서 재편을 논의하는 ‘G2 시대’ 개막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미중 간 갈등요인이 많아 양자 간 협력은 난망이며 중국의 국력에 비춰 ‘G2 시대’의 개막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G2 시대의 시발점 될까=이날 S&ED 개막식에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특별연설을 했다. 중국 측에서는 이번 대화에 사상 최대 규모인 150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둘 다 전례 없는 일. 이번 대화의 위상이 크게 격상됐음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등이 주재하는 이번 회의는 진정한 의미의 첫 미중 간 ‘글로벌 전략 및 경제회담’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G2 시대 개막’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번 대화에 대해 미중 양측 모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켄 리버탈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까지 협의의 폭을 넓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양국 간 대화는 경제ㆍ안보ㆍ환경 문제와 관련, 향후 글로벌 정책의 방향타를 설정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몇 년간 양국 간 대화는 경제 및 금융 분야로만 쏠리는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클린턴 장관은 이번 S&ED에서 광범위한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양국 간 전략 및 경제의 투 트랙 대화채널 가동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는 이날 이번 대화에서 주목할 세 가지로 ▦중국과 오바마 미국 정부 간에 갖는 첫 번째 대화라는 점 ▦기존의 전략대화와 전략경제대화를 통합한 채널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점 ▦대표단의 급이 격상됐다는 점을 꼽았다. ◇환율ㆍ국채 문제 등 충돌 가능성=‘경제 트랙’ 대화에서는 양국 간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불균형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있고 중국은 미국에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주로 미국의 공세를 중국이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달라져 중국의 선제적 공격이 예상된다. 주광후이(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장조리는 회의에 앞서 “왕 부총리가 이번에 미국에 책임 있는 재정 및 통화정책을 취해 달러를 안정시킴으로써 중국의 투자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8,000억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미국 최대의 채권국이다. 중국은 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금융위기 책임에 따른 미국 내 금융구조 및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금융체제에 대한 개혁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 측은 중국에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과 금융 및 서비스 분야의 시장개방을 요구함으로써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안화 강세를 요구하며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세운 바 있는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 수위도 주목된다. 미국은 또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성장 모델을 수정,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주력할 것을 중국 측에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국채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채무국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에즈워 프래세이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은 역사상 그 어떤 때보다도 미국의 입지가 중국보다 좁아져 있다”며 “미국은 거대한 재정 및 경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보다 훨씬 중국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핵ㆍ기후변화 등도 논의=미중 수교 30주년이자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갖는 이번 대화에서는 북핵과 기후변화 등 국제 문제들도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우선 북핵 6자회담과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번 대화는 이틀간 집중적인 논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북한도 주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여서 이를 전제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 문제인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도 대화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세계 1~2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오는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단계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과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대변하는 중국 간 입장차가 달라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SED'와 'S&ED' 차이점은
美수장 국무장관으로 승격
대화폭도 글로벌 차원 확대
미ㆍ중 간 지난 2006년 12월에 시작된 '경제전략대화'와 2008년 7월 가동된 '경제ㆍ전략대화(S&ED)'는 얼핏 보면 그게 그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다른가. 우선 영문 이름이 '스트래티직 이코노믹 다이얼로그(Strategic Economic Dialogue)'와 '스트래티직 앤 이코노믹 아이얼로그(Strategic and Economic Dialogue)'로 구분되고 중문 명칭 역시 '경제전략대화(經濟戰略對話)'와 '경제화전략대화(經濟和戰略對話)'로 다르다. 'and(和)'의 유무 외에 이름으로 알 수 있는 차이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대화의 실질적인 내용 차이는 매우 크다. 기존의 대화는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중국의 시장개방과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 등 양국 간 경제현안을 의제로 삼았던 반면 새로운 대화는 미국 측 수장이 국무장관으로 승격된 가운데 북한 핵 문제 등 국제전략 문제를 논의하고 경제 부문에서도 양국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대화의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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