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임임원들 자회사 이동도 '좁은문'

IMF후 자회사 구조조정, 자리 부족 조흥ㆍ한빛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임원진이 대거 물러나면서 이들 퇴임 임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퇴임 은행임원들의 경우 대부분 리스ㆍ종금ㆍ증권 등 자회사의 사장이나 임원급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자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1~2년 전부터는 일부 제한된 임원들만 '혜택'을 누리고 있는 실정. 따라서 올해도 역시 이번 주부터 시작된 자회사 주총을 전후해 몇몇 퇴임임원들은 '좁은문'을 뚫고 자리이동에 성공한 반면, 상당수 다른 임원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거나 아예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2월 김재형 감사를 비롯해 윤규성, 경명현, 조원증, 최동수, 최병옥, 김태환, 임정빈 상무 등 무려 8명의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난 조흥은행의 경우 경 전 상무와 윤 전 상무만 BC카드 부사장과 조흥투신운용 상무로 각각 이동했을 뿐 나머지 임원들은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의 경우 자회사도 더이상 없는 상황이어서 조흥기획이나 조흥개발 등 과거와는 '격'이 안 맞는 출자회사로 옮기거나 향후 금융지주사 설립과 관련해 새로 설립될 회사에 대한 '배려' 정도나 기대해야 할 형편. 지난달 7명의 임원들이 전격적으로 퇴진한 한빛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유한조 전 상무만 개발리스 감사로 사실상 내정됐을 뿐이고 한빛여신전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천현주 한빛기업 사장 후임에 한기철 전 상무 등 일부가 거론되는 정도다. 한빛증권ㆍ한빛은시스템ㆍ투신운용ㆍ신용정보등 자회사들이 더 있지만 임기만료 되는 임원이 거의 없어 자리이동이 쉽지 않을 전망.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주총에서 물러난 김성우 전 상무는 캐나다 현지법인 사장에 내정된 상태. 나머지 자회사 중에서는 임원급은 아니지만 현운석 전 동경본부장이 LA현지 법인인 PUB뱅크 사장에, 안재규 전 남대문지점장이 외환투신운용 사장으로 각각 내정됐으며 외환카드와 리스 등은 현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라 임원인사 역시 유동적이다. 또 주택은행은 김승동, 정홍식, 조석일, 백호기 전 부행장 등 4명의 퇴임임원들 중에서 정 전 부행장과 조 전 부행장 등 두명만이 각각 주은부동산신탁과 주은리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주총에서 퇴임한 손태호 전 상무가 우리금융지주회사 비서실장으로, 김영덕 전 이사는 경남은행 감사로 각각 이동했다. 또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물러난 안경상, 박도원 등 두명의 전 상무 중 박 전 상무만이 국은투신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강신철 전 상무는 경남은행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양석승 상무와 박창규 상무 등 두명의 퇴임임원 중에서 양 전 상무가 신한생명 상무로 이동했다. 이밖에 올해 초 신광철 부행장이 퇴임한 한미은행 경우 하영구 행장의 취임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현 임원 전원이 일단 재신임을 받은 상태지만 자회사인 한미캐피탈 사장이 올해 임기만료를 맞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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