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랜만에 정부에 날을 세웠다.
전경련은 30일 지난해 관련법 처리로 일단락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정부가 올해 ‘경제 올인’을 선언했는데 실제로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경련의 정부에 대한 비판은 오랜만이다.
전경련은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올인’ 발언과 정부의 잇따른 친기업정책 의지 표명 이후 정부에 대해 비판보다는 협력에 무게를 둬 왔으며, 특히 ‘강신호 회장-조건호 상근부회장-하동만 전무’ 라인이 구축되면서 “전경련이 전경련 답지 못하다”는 비난에 시달릴 정도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전경련 “출총제 헌소” 공감=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지배구조, 공정거래정책 등 기업정책의 핵심 쟁점을 다루기 위해 출범시킨 ‘기업정책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위헌소송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경련 기업정책팀 양금승 팀장은 “기업정책위원회의 자문교수 중 한 사람이 출총제 헌소문제를 제기했으며, 대부분 참석자들이 그 취지에 공감했다”고 이날 회의분위기를 전했다.
전경련은 법조계의 자문 결과 자체적인 헌소 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개별기업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이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경제 ‘올인’ 말 뿐이다”=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참여정부의 ‘경제 올인’ 정책이 퇴색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의 이승철 상무는 이날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연초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각론에서 실천된 것은 하나도 없지 않냐”며 이렇게 지적했다. 이날 이 상무의 지적은 “박통(박정희 전 대통령) 때가 그립다”는 등의 전경련의 과거 정부비판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전경련 임원의 공개적이 쓴 소리다.
이 상무는 이어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 경기가 괜찮고 하반기에 경기가 꺾이는 ‘상고하저’ 양상을 보였는데, 올해의 경우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LG전자의 LCD-TV공장 신설 등 대형 투자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수도권 공장규제와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헌법소원 강력지지”= 전경련은 삼성이 전날 금융게열사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데 대해 강력지지를 표명했다.
양금승 전경련 팀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활동에 저해가 되는 법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정부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헌소를 제기한 것은 매우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승철 상무도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전경련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위헌요소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삼성의 승소를 위해 전경련이 직접 나설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