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웨슬리‘소녀들의 행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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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비엔날레급’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는 26일부터 ‘추상적 상상력’(Abstract Imagination)이란 제목으로 세계적인 작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미국작가 존 밸드서리(77)의 ‘5색의 기하학 형태’가 눈에 띈다. 단순함 앞에서 골몰하게 만드는 것은 ‘감상자를 위한 사고의 공간을 확보하는 게 추상화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작가의 의도다. 그는 1970년에 ‘만물의 본질은 형상이 아닌 개념에 있다’며 13년간 제작한 작품들을 태워버린, 개념미술의 선구자다.
흡사 19세기말 공연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여인 누드 군상은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시대에 활동한 팝아트의 거장 존 웨슬리(80)의 작품이다. 단조롭고 만화적인 이미지로 정치적 주제 또는 성적 담론을 얘기하는 작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에르메스 매장 쇼윈도에 걸린 그림(복제품)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 옆은 스웨덴 출신 요나스 달버그(38)의 사진작품 ‘침실’. 뿌옇게 흑백으로 찍은 평범한 방처럼 보이겠지만, 이는 왁스로 만든 가상의 공간이다. 작가는 조명 아래 서서히 녹아가는 공간을 촬영해 일상과 허상을 넘나드는 묘한 경험의 장으로 이끈다. 이달 초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선보인 작품으로 110분짜리 비디오물이 함께 전시됐다.
높이 213cm, 폭 152cm의 캔버스를 청회색으로 가득 채운 단색화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활동중인 바이런 킴(47)의 ‘고려의 푸른 유약’. 청자빛 색상 하나만으로 시대성과 사회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 일상적이지만 각기 다른 인상의 하늘을 그린 연작 9점도 전시됐다.
가브리엘 오로즈코(46)의 원과 반원이 만들어 낸 색면추상은 마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이 부활한 듯하다. 과거 몬드리안이 수직수평으로 형태를 구현했다면 오로즈코는 원형의 충돌로 시대를 구현했다. 2010년 뉴욕 모마와 파리 퐁피두센터 전시를 앞두고 있는, 주목해야 할 작가다.
전시장 한 편의 검은 방에는 뉴욕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41)의 설치작품이 선보인다. 매달려 회전하는 특수 투명 아크릴 작품이 렌즈와 결합해 새까만 전시장에 우주적인 빛의 형상을 그려낸다. 자연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해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이다. 전시는 7월31일까지. (02)515-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