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9월 4일] 소로스의 경고

[목요일 아침에/9월 4일] 소로스의 경고 박 시 룡 논설실장 srpark@sed.co.kr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가운데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9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서 몇 해 전 필자가 썼던 글이 생각난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때 앞으로 한국경제는 '외국인 투자가의 친절'에 달렸다는 것이 요지였다. 한번 들어온 외국자본이 오랫동안 머물러주면 다행이지만 어떤 계기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지금 겪고 있는 금융불안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그 중심에는 외국자본의 대대적인 유출이 있다. 원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높은 의존도를 갖게 됐다. 국제 금융자본의 두 얼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파산한 국가의 어쩔 수 없는 바겐세일은 높은 수익을 찾아 세계 각지를 저울질하는 외국자본의 눈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다. 여기에다 미국ㆍ중국을 중심으로 무역이 활기를 띠고 세계경제가 장기호황의 황금기에 들어서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신용확대 현상이 일어났다. 한국도 세계적인 무역과 자본의 대이동 흐름에 올라타게 됐다. 수출이 잘되면서 외환보유액이 차곡차곡 쌓이고 넘쳐나는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열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우량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70~80%에 이르기도 했다. 외국자본이 만들어낸 현란한 성과는 '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축복이었다'는 말을 그럴듯하게 들리게 했다. 그러나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월가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외국자본의 잔치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신용경색에 빠진 세계금융의 중심부가 각지에 내보낸 자금을 다시 빨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가 기침을 하면 우리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도 있지만 월가가 폐렴에 걸린 상황인데 주변국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급격한 신용위축 과정에서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타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 경제가 불안해 푸시 요인까지 작용하다 보니 위기설도 나도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보면 지난해 7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뒤 외국인들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줄기차게 팔고 있다. 이에 따라 한때 40%를 웃돌던 외국인 지분율은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팔아치운 주식만도 27조원어치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는 근본 이유이다.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 절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터널을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데는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의 경고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저서 '세계 자본주의 위기'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 큰 피해를 당하는 쪽은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라고 강조한다.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붕' '꽝'을 거듭하는데 신용이 확대되는 붕 시기에는 덕을 보기도 하지만 꽝 시기에는 신용위축 속도가 워낙 빨라 주변부가 늘 당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국경 없는 제국'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장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아 세계경제는 여전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소로스는 경고한다. 1980년 이후만도 중남미ㆍ러시아ㆍ동남아 등 각지를 돌아가며 위기의 망령은 끊임없이 출몰하고 있다. 외환보유액과 부채구조 등을 감안할 때 위기설은 근거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역ㆍ금융 모든 면에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뜻밖의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외국인의 친절이 갑자기 재앙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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