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6일 정례모임에서 금리를 인하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무시한 채 또다시 금리를 현상 유지했다.IMF는 ECB를 향해 "유럽이 세계 경제의 문제아가 아닌 해결사가 되길 바란다"며 금리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IMF는 이와 함께 ECB의 금리인하는 세계 경제의 모든 구성원이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ECB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외부 압력에 대해 일종의 외고집을 부렸다.
유럽 경제를 바라보는 IMF의 시각이 ECB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제 발표된 IMF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간의 시각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유로화 사용지역의 물가상승 가능성부분이다.
IMF는 독일을 비롯한 유로화 사용지역의 인플레이션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바라봤다.
반면 ECB는 현재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높은 연율 2.6%를 기록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이 목표치보다 높은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번째는 유가상승이고 두번째는 광우병 등이 촉발한 식품가격 상승이다. 식품ㆍ에너지ㆍ주류ㆍ담배를 제외할 경우 유로화 사용지역의 물가 상승률은 연율 1.8%에 그치고 있다.
중앙은행은 수요나 공급 불균형 심화에 따른 가격상승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유가상승 등 특정품목의 일시적 가격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은 그 파장이 장기화하지 않는 이상 중앙은행이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ECB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IMF는 또 유로화 사용지역의 올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이는 ECB의 목표치에 근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MF의 전망이 상당히 낙관적인 가정 하에 산출됐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IMF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 회복되고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며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가정 하에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들은 계속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본 경제회복에 대한 회의론이 증가하고 있으며 또 미국의 무역 불균형은 언제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IMF의 가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이에 따라 유로화 사용지역의 성장률은 IMF가 예측한 것보다도 낮을 수 있으며 유럽은 분명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CB가 자신이 세운 성장전망치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CB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력을 귀를 막고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