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상 유감

요즘 은행에서 소액예금은 푸대접을 받는다. 20~50만원의 소액예금에는 이자를 붙여주지 않는다. 한술 더 떠 계좌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29일 '저축의 날'에 최고의 저축상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사람은 매일 2만원씩 10년동안 은행에 저금한 59세의 황무씨였다. 그는 1평 남짓한 구둣방에서 수선일을 하다가 오후 4시면 그날 번 돈에서 2만원을 하루도 빠짐없이 은행에 예금했다고 한다. "저축상은 저축을 많이 한 사람에게 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부자도 아닌 사람이 상을 받게 돼 어리둥절하다. 구두 수선으로 많이 벌어야 하루 10만원, 보통 5~6만원도 힘들다. 매일 같이 2만원씩이라도 저축해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때 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황씨는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저축의 날' 두번째 저축상인 국민포장을 받은 사람은 트럭 채소행상 한기섭씨, 전 안마사 오대환씨, 분식점을 하는 이영자씨 등 세 사람이었다. 직업으로 봐서 전형적인 서민들이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지속적으로 저축을 했다는 이유로 이들이 뽑혔겠지만 정부에서 장려하는 저축대상이 결국 가난한 서민들인가 싶은 느낌이 앞선다. 은행에서 푸대접을 하는 서민들이다. 공교롭게도 '저축의 날' 아침 신문에 예금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국내은행의 9월 중 가중평균금리가 연 3.98%라는 것인데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다 은행들이 예금을 받아도 대출해 줄 곳이 마땅치 않아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으므로 금리는 당분간 더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연3%대라고 하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실질금리 0%시대가 됐다고 볼수 있다. 근래의 부동산 시장과 물가동향으로 볼 때 체감으로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형편에 돈 있는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하려 할 것인가. 카드 빚과 가계대출의 연체로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한다고 야단이고, 저축률은 82년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쪽에서는 금리가 너무 떨어져 이자소득에 의존하던 수많은 퇴직자들의 생활기반이 무너졌다는 소리이고, 다른 쪽으로는 부자들이 재테크로 돈을 굴리며 흥청댄다는 비판이다. 가난한 서민들이 저축상을 받는 '저축의 날' 행사가 그저 허허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김용원(도서출판 삶과 꿈 대표)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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