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광활한 국립공원 내에서 마약업자들에 의한 마리화나(대마) 불법 재배가 급증하고 있어 미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 마약 단속에 직접적인 지원과 압력을 행사해 온 미국으로선 집안 단속이 급한 처지가 됐다.
11일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에 따르면 세콰이어, 글레이시어, 빅벤드 등 미 서부 주요 국립공원에서 마리화나 재배가 1990년대 후반 이후, 특히 9ㆍ11 테러 이후 국경 검문이 대폭 강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국립공원들에서 압수된 대마는 1994년 4만5,000여 포기에서 지난해 49만5,000 포기로 10배 이상 늘었다.
세콰이어 국립공원에서는 시가로 1억4,0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이르는 3만4,000 포기의 대마가 숨겨진 대규모 은닉처가 발견되기도 했다.
산 속에서 대마 등을 직접 재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멕시코 등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국립공원의 깊고 험준한 산 속에서 은밀하게 대마를 재배하고 있다.
당국은 이들의 배후에 국제 마약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공원 당국은 마리화나의 해악 못지않게 자연환경 파괴와 오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마 재배지는 대부분 1급 자연보호지역이지만 업자들은 벌목과 개간을 일삼고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또 곰 사슴 다람쥐 등 야생 동물 사냥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측은 예산과 인원의 제약으로 효과적인 단속에 나서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단속과정에서 총격으로 단속요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단속 작전에 주 방위군과 고속도로 순찰대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넓고 험준한 원시림에서 이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김상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