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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특집/브랜드경쟁]국가대표급 기업 브랜드
핀란드 노키아, 경쟁력 3류국을 "최고"로
'핀란드는 노키아랜드(Nokialand)'
"핀란드를 정보통신의 신세계로 변모시킨 것은 바로 노키아(Nokia)다. 노키아가 핀란드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2월6일자 뉴욕타임즈 기사중)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월 노키아의 핀란드를 세계경쟁력 1위국가로 꼽았다.
지난 1980년대말 사회주의 체제 붕괴직후 3류국가로 전락했던 핀란드가 세계 경쟁력 1위국가로 떠오른 것은 전적으로 노키아의 힘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핀란드 수출의 23%, 연구개발 투자의 20%를 담당했다. 핀란드에서 전기, 전자, 정보통신과 관련한 사업영역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체 10곳중 8~9곳은 노키아 협력업체라고 보면 맞다. 기업 하나가 국부의 원천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노키아는 현재 '작은 나라의 큰 기업(A big company in a small natio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경제체제'가 되면서 각국의 대표 기업들이 세계 곳곳에서 국가 이미지와 오버랩(overlap)되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섬세함, 첨단 기술력' 이미지의 가장 큰 배경이 된 소니(SONY)가 대표적인 사례.
70년대초 포터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소니는 이후 '경박단소'라는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일본을 전자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이 됐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전자기술력이 바탕이 됐지만 동시에 소니가 펼친 치밀한 브랜드 관리정책도 크게 기여했다.
소니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브랜드 정책을 펼쳤다. 당시 미국 시장을 진입할 때부터 그동안 상식처럼 통용되던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을 거부하고 독자 브랜드전략을 고수했다.
소니 관계자는 "초기 시장형성기에는 생소한 브랜드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해 강행할 수 있었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품질 업그레이드에도 주력했다"고 밝혔다.
소니는 요즘도 브랜드 관리에 신경질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세심하다. 소니의 한국법인 한 관계자는 "광고 하나에도 소니에 걸맞는 수준인가를 따진다. 조금이라도 이미지에 부담을 준다면 아예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 소니의 오랜 방침"이라며 "옥외광고를 하나 하더라도 주변 환경을 꼼꼼히 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치밀하고 정교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든 데는 사실상 소니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
'스위스= 정밀기계 최강국'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스위스 시계산업의 힘이다.
이탈리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들은 한결같이 'made in Italy'란 표기를 한 채 판매된다. 그만큼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깔려있다. 하지만 시계만큼은 이 같은 원칙을 포기한 채 'Swiss made'를 찍어서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급 시계=스위스'란 등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제품이라고 해도 스위스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최고라고 인정하지 않는다."(시계는 왜 예외없이 'Swiss made'로 판매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불가리, 구찌 등 내로라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국내판매법인 관계자들의 답변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이탈리아브랜드뿐 아니라 까르띠에, 샤넬 등 프랑스 브랜드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스위스의 전체 산업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업종은 시계와 같은 정밀기계류가 아니라 제약 등 화학업종이다. 하지만 스위스하면 떠오르는 정밀함,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확함 등의 국가 이미지는 시계가 만들어준 것이다."며 "하나의 기업이나 산업이 확고부동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나면 그 나라 전체 산업에 걸쳐 후광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체제 몰락후 3류국으로 전락한 핀란드를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만든 노키아, 70년대초까지도 싸구려의 대명사였던 메이드인 저팬을 첨단제품의 또 다른 표현으로까지 끌어올린 소니, 정밀기계산업=스위스란 등식을 만들어 준 스위스 시계 등은 모두 대표기업 하나가 국가의 이미지나 브랜드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지를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키아의 성장은 핀란드 정부가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노키아)에 대해 역차별을 하지 않았던 점도 핵심요소"라며 "한국도 대표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하도록 보호해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이를 통해 여타 기업들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는 선순환구조를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kkim@sed.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최원정기자 baoba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