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는 쓰는 16개국) 채권시장이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클레이스 보고서 때문에 크게 출렁였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일랜드의 국채시장에 전격 개입하면서 사태확산의 저지에 나섰다. 유럽 경제가 재정위기의 정점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휩싸여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바클레이스 보고서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의 국채를 투매하면서 국채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아일랜드의 거시경제 상황이 회복국면에서 벗어나고 금융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의 최선의 선택은 IMF와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는 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MF는 이에 대해 "아일랜드는 금융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구제 금융설을 일축했다. 파장은 컸다. 아일랜드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은 16일 3.501%에서 17일 3.878%로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올해 최고치인 지난 5월의 4.562%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물의 경우 6.037%에서 6.293%으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아일랜드의 국가부도위험 정도를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6일 384.527베이시스포인트(bpㆍ0.01%)에서 17일 412.181bp로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시장의 불안감은 포르투갈로도 옮겨 붙었다. 포르투갈 2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17일 3.777%을 기록해 연고점인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EU 4대 경제대국으로 재정부실이 커진 스페인 국채는 이날 안정을 유지했다. FT는 "이번 국채투매 사례는 유로존 채권시장이 계속 허약한 상태인 것을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회사인 제프리의 도미니코 크라판자노 유로 트레이딩부문 대표는 "아일랜드의 금융권과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일랜드)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없다"며 "포르투갈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일랜드는 오는 21일(현지시간) 4년 물과 8년 물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FT는 "투자자들의 반응을 다시 시험해 보는 계기"라며 "투자를 끌어 들이려면 높은 수익률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채권시장의 이러한 과민 반응은 결국 ECB의 개입까지 불러들였다. ECB는 유럽 재정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지난 5월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한 이후 지금까지 시장개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ECB의 아일랜드 국채 매입규모는 수천만 유로로 추정돼 비교적 작았다"며 "시장안정화를 위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아일랜드는 올해 초 유럽 재정위기 때 남유럽 국가들처럼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 재정적자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로 추정되는 등 유럽에서 재정적자 문제가 가장 심각한 편에 속한다. 특히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을 실행한 탓에 국가채무는 오는 2012년에 GDP 대비 100%까지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