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산재보험 개혁 더이상 미룰 수 없다
김판중 경총 안전보건팀장
산업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작업 관련성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노사정간의 갈등과 반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인정을 받은 근로자는 지난 2001년 1,598명에서 2003년 4,532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역시 증가세는 여전하다.
산업현장에서는 효율적인 시설투자와 작업환경 개선조치도 중요하지만 현행 산재보험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흔히 기업은 산재보험제도의 개선대책을 논할 때마다 예외 없이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을 금과옥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대책만 마련된다면 더이상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시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누구나 근로를 기피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인간의 현실적인 욕망을 법과 제도를 통해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사회ㆍ경제체제는 상당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산재보험은 보험료 부담과 급여 당사자가 완전히 다른데다 다른 사회보험제도보다 높은 급여수준을 보장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의 부작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근골격계 질환의 산재인정과 요양관리 시스템은 참여 주체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제어하기보다 오히려 유인ㆍ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산재보험의 제도적 결함을 악용하거나 온정적인 시각으로 방조하는 주체가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산업현장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자동차ㆍ조선업종은 산재보험료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 인력 손실에 따른 생산성 감소뿐만 아니라 빈번한 노사갈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정부와 노동계가 외면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조선ㆍ자동차업종의 미래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정부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한 산재보험제도의 개선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행 산재인정과 요양관리체계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업무평가 시스템이 조속히 도입되기를 희구하는 기업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4-12-13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