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증시 곤두박질

필리핀의 마닐라 증시는 8일 거의 3%나 폭락, 16개월래 최악의 상황을 연출한데 이어 9일에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때와 흡사할 정도로 필리핀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림참조필리핀 증시가 이처럼 곤두박칠 치고 있는 것은 경제가 급격히 나빠져서가 아니라 에스트라다 정부와 필리핀 증시의 수장인 퍼펙토 야세이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간 마찰과 주가조작및 내부자 거래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이들의 마찰과 증시에 대한 불신감은 투자자들을 증시에서 떠나게 만들고 있고, 주가지수는 고꾸라지고 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과 야세이 의장의 마찰은 「증시 쿠데타」로 지칭될 정도로 필리핀 증시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야세이 의장은 지난 7일 증시조작 및 내부자 거래에 의한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증권거래 중지를 지시했다. 전날 마닐라 증시 감독부 직원 22명이 사퇴를 표명한데 이어 연속적으로 터진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그는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절친한 친분을 갖고 있는 필리핀 금력가인 단테 탄 소유의 BW 리소시스사 주가 조작및 내부자 거래조사를 조기에 마무리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반투자자만 피해를 입는다』면서 이같이 명령했다. 게임회사인 BW는 그동안 온라인 빙고게임회사인 베스트 월드사와의 합병설, 마카오의 거물인 스탠리 호와의 협력설 등으로 주가가 폭등하다가 급락세로 반전, 주가조작 및 내부자 거래혐의를 받아 왔다. 단테 탄은 특히 지난 대선때 에스트라다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야세이 의장의 도전에 대응, 8일 개장을 강행하고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증시를 떠나고 있다. 더욱이 야세이 의장이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조기사임 요구를 일축, 필리핀 자본시장은 더욱 혼란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증시 전문가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과 야세이 의장과의 마찰이 해결되고, 새로 개정되는 증권거래법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때까지 필리핀 증시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용택기자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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