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6월 14일] G20 정상회의 성과 남기려면

오는 11월 서울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의제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략 70% 정도는 기존 의제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고 나머지는 새로운 의제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회원국 중에는 의제의 확대를 반기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새로운 의제개발에 적극적이다. 11월이면 세계경제위기도 고비를 넘길 텐데 G20 정상회의가 위기관리용으로 급조된 것이라는 일부의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도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또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도 그렇다고 여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세계금융안전망구축과 저소득국 개발촉진이 새로운 의제로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얼마 전 부산에서 열렸던 재무장관회의에서 탐색전이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새로운 의제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위기 이후 세계경제질서의 기본원칙과 궤를 같이 해야만 합의를 도출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알다시피 그 기본원칙은 지속가능하고 균형된 세계경제 성장이다. 세계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형위기의 재발이 없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제공조시스템이 제도화돼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G20정상회의가 금융감독과 건전성 규제에서 많은 진전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지속가능의 원칙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균형되기 위해서는 심각한 교역불균형과 같은 거시불균형의 해소는 물론이고 국가 간 개발격차가 좁혀져야 할 것이다. 더욱 많은 저소득국가들이 정체를 벗어나서 경제성장 궤도에 진입하면 개발격차의 해소는 물론이고 새로운 수입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교역불균형축소에도 기여한다. 지금처럼 미국의 소비둔화와 중국의 소비진작으로 교역불균형을 해소라려는 것은 세계교역을 축소하는 부작용이 큰 것이다. 개발문제는 이미 세계은행과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G20에서 또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G20의 역할은 다른 어느 국제기구에서도 다루지 않는 전혀 새로운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하면서도 기존의 기구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G20에 맡겨진 책무이다. 이점에서 G20은 이미 훌륭한 업적을 이루고 있다. 재작년 리먼 브러더스 부도 이후 세계경제가 제2의 대공황을 향해 추락하고 있을 때 이를 멈추기 위해 보호무역 저지와 재정확장 등 국제공조가 필수적이었다. 만약 이 절박한 임무를 G7에 맡겼다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도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진국들과 국제개발금융기관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퇴치의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직도 15억명의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일인당 소득 900달러 이하의 저소득국가가 49개에 달한다. 그 원인을 찾으면 원조국과 수원국 모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탓한다. 원조국들은 수원국들의 부패와 시장억압적 규제를 나무라고 수원국들은 원조국들의 일방적 요구와 이기심을 비난한다. 기존의 개발 관련 국제기구들은 원조국들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들의 관행을 바꾸기도 어렵다. G20회의는 우선 개발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하고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발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세계은행과 같은 특정기구에 맡기는 것보다는 여러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작업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G20 정상회의가 해야 할 역할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G20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회원국은 물론 비회원국들에도 이익이 되는 구체적인 성과를 쌓아나가야 한다. 개발문제의 의제화는 비회원국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항이므로 이를 무시하면 G20의 대표성과 정당성이 훼손된다. 아무쪼록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가 채택되고 세계경제의 균형성장으로 나아가는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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