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방공기업 건전성 감독강화' 난항

해당부처·지자체 반발로 난관
지하철 건설 채권발행땐 증권신고서 제출 안해


금융감독 당국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추진했던 지방 공기업 건전성 감독 강화가 해당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ㆍ규제개혁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심사에서 주택 건설과 지하철 건설 재원조달을 목적으로 지방 공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결정했다. 당초 금융위는 자통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지방 공기업(SH공사ㆍ서울메트로ㆍ도시공사 등)이 발행한 모든 채권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부실한 지방 재정을 고려해볼 때 지방 공기업도 파산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권신고서 제출을 통해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현재는 지방 공기업은 채권 발행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방 정부의 재정 능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반면 크게 늘어난 지방 공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어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군 단위에서도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하고 있으며 수도권 지자체 공기업 중에서도 SH공사를 제외하고는 신용등급도 없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6년 말 현재 전국 지방 공기업은 40곳에 달하며 이들이 발행한 채권은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 협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이 강력히 반발했고 이에 금융위는 지방 공기업(지하철ㆍ주택 건설에 한정)에 대해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지방 공기업이 지하철과 주택 건설 등 두 종류에 한정돼 있어 사실상 지방 공기업 전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사안이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 양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방 공기업도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 공기업의 건전성 감독의 일환으로 대다수 국가들이 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도 미국 지방채에 대한 공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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