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트렌드] 금리상승기 대출 전략

고액 장기대출땐 가능한 빨리 고정금리 신청을
금리 급등락 여파 상쇄하려면 고정·변동 절반씩 사용해볼만
주택채권은 당분간 보유하고 설정비등 줄일 방법 찾아보길



내년초 결혼을 하는 직장인 유모(34)씨는 요즘 신문의 경제면을 볼 때마다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앞으로 신혼 집을 장만하기 위한 은행 대출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그는 무엇보다 대출을 받을 때 조건을 고정금리로 할지, 변동금리로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고정금리로 한다면 이자를 한 두달 더 일찍 부담하더라도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지금 당장 집을 구입해 대출을 받아야 할지도 망설여진다. 원래 그는 집값 협상을 되도록이면 유리하게 하려고 주택시장 비수기인 겨울철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사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대까지 오르면서 유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삼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주택구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은행창구에서 빌려야 하는 소시민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중금리 인상 여부를 조금 더 지켜보다가 단기 변동금리대출을 받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신청하는 게 나을까.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전략은 천차만별이겠지만 현재로선 일반적으로 후자의 판단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 고정금리를 최우선으로 가급적 일찍 신청하라 물론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소액이고 만기가 2~3년이내로 비교적 짧다면 굳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빌리려는 금액이 수억원 이상의 고액이고 상환기간이 장기간일수록 고정금리를 최우선으로 선택해 가능한 빨리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는 시중금리가 떨어질 요인보다는 오를 요인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과열되고 있는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경쟁이 연내 시중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들어 부동산, 증시 등으로 고객 예금 이탈 가능성이 상존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최근 CD를 잇따라 대량으로 발행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CD발행물량이 늘면 CD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고, CD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대출금리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아직은 경기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 동결의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더욱 불안해진 집값과 물가로 인해 금융당국으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양날 검의 칼자루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더구나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세계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왕 받을 대출이라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고정금리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출을 받는다면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인 모기지론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고정금리상품이면서도 일반 시중은행들의 변동금리 대출과의 금리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시장 금리 대신 별도의 금리 고시체계를 쓰고 있다. 따라서 이 공사의 모기지론은 시중 금리 상품에 비해 금리 인상이 비교적 늦게 이뤄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혼합도 고려할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정금리 대출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금리 혼합 전략도 염두에 둬 보자. 필요한 자금의 일부는 고정금리로 빌리고, 나머지 자금은 변동금리로 빌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금리가 급등락하더라도 그 여파를 평균적으로 상쇄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자상환 부담이 일정 범위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때 고정금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의 비율은 최대 50대 50으로 잡는 것이 좋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 만약 앞으로 금리 인상 요인이 하락 요인 보다 더 우세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출만기가 장기간일수록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높이면 된다. 반대로 대출 기간이 짧거나 금리 하락 및 안정 요인이 더 우세하다고 판단된다면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 이것도 어렵다면 만기별 금리 혼합전략도 검토해볼 수 있다. 즉 2~3년 정도는 고정금리로 선택하고 그 이후에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특히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때일수록 유리하다. 통상적으로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안정적이라면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 금리 예측이 가능하지만 요즘처럼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면 이 같은 불안요인이 사라질 때까지 2~3년 정도 고정금리를 선택해 리스크를 상쇄하고 그 이후에 변동금리로 실질 금리 인하효과를 누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 부대 비용을 최소화하자 대출과 관련된 각종 부대 비용을 줄이는 것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특히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해야 했다면 곧바로 되팔지 말고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일정기간 보유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한 푼이라도 덜 할인된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여러 은행들의 대출상품을 비교해 근저당권 설정비 면제여부를 꼼꼼히 체크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하다. 은행에 따라선 직접 지점이나 본점의 창구에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신청할 때 금리 및 수수료 우대를 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주요 은행들의 홈페이지나 신문의 금융기사들을 꼼꼼히 챙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리 상승시기에는 과도한 부채를 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벌어서 이자만 갚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면 되지"하는 식으로 '묻지마식 대출'을 무리하게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시기에 이 같은 선택을 했다가는 그야말로 패가망신하기 쉽다. 이런 시기일수록 차분하고 계획적인 대출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