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자 수입물가마저 꿈틀

안정 견인했던 공산품·농수산물 값도 덩달아
공공요금등도 들먹…물가상승 요인 산재


올 하반기 물가가 꿈틀댈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국제유가와 원자재ㆍ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원화 강세의 흐름이 지난해보다 약화되면서 수입 물가도 오르고 있다. 이는 조만간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하반기로 갈수록 임금 및 공공요금이 들먹거리면서 서비스 가격이 인상되고 내수회복으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다. ◇물가 안정 속 불안 조짐=올 상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2%에 불과하다.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를 밑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그동안 지난해까지 물가안정을 이끌었던 공산품과 농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연간 0.1% 떨어졌으나 올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원화 강세 약화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공업제품도 석유류ㆍ섬유제품ㆍ가공식품 등을 중심으로 올 들어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공업 제품은 올 1ㆍ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으나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비 1.6% 올랐다. 이 가운데 휘발유가 전월 대비 1.2% 오르는 등 석유류 상승률이 1.6%를 기록해 지난해 9월 2.7%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집세는 전년 동월비 1.9% 오르며 지난 2004년 4월 2.12%를 기록한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하반기 물가 압력 더 높아져=한은이 9일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림수산품의 계절조정지수는 전달보다는 1.3%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7.1%나 올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공산품은 전달보다 0.3% 오르며 상승폭은 줄었지만 오름세를 지속했다. 전력수도가스와 서비스 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각각 4.3%, 2.8% 올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재작년 농수산물 가격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올 들어 전년 동월비 기준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산자 물가 상승으로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 또 올 하반기 내수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서비스 요금이 들먹거리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물가가 올해 2.5%에서 내년에는 2.9%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중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망된다”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3ㆍ4분기보다 4ㆍ4분기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가계의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회복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다만 올 하반기나 내년에 소비자물가가 3%대로 오르는 등 물가가 심각한 불안 양상을 띨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물가 안정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서비스 요금이나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악화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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