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5월 12일] 성공을 위한 스트레스

파이낸셜타임스 5월 11일자

시장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규제당국이 큰 관용을 베풀었다는 시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다시 공적자금을 요청할 의도가 없음이 확인되면서 더욱 그렇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아직 1,110억달러가 남아 있음을 고려하면 재무부가 은행들의 자본확충 규모를 750억달러로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은행들은 부실 채무를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호황기에 덩치가 너무 커진 일부 은행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일부 분야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경기침체기를 맞아 금융시스템이 자율 조정하는 방법이다. 물론 금융 위험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치더라도 실업률은 몇 달 동안 계속 올라 은행들은 더 많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낮은 금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단기금리는 0%에 가깝다. FRB가 낮은 금리를 지속할수록 이자율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그 이전보다 더 올라야 할 것이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1%였던 금리가 2006년 5.25%로 뛰면서 주택 가격과 부실 펀드들에 끼쳤던 악영향을 기억해보자. 이와 관련, 30년만기 국채 발행 경매에서 불길한 징조가 보였다. 재무부는 140억달러의 채권을 판매했지만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요구로 상승, 4.3%를 기록했으며 채권 가격은 2월 이후 가장 떨어졌다. 재무부는 이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때문에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자본확충 지시를 받은 은행들은 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압박을 받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TARP에 의해 은행에서 사들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뒷문 국유화’라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의회는 은행들을 어깨너머로 감시할 수 있다. 겁을 집어먹은 은행 경영진은 무엇이든 팔아치워 국유화를 피하려 할 것이다. 재무건전성을 인정 받은 은행들은 구제금융을 상환해 정부로부터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규제당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인질로 잡혀있어서는 안 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금융 시스템이 정부 보증과 공적 자금, 정치적 통제에서 벗어나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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