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남은 '척추병원' 전쟁 중

서울 강남 일대에서 척추질환 전문병원들간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기존 우리들병원과 21세기병원, 나누리병원, 조은병원 등에 이어 최근 시너지병원이 문을 열면서 의료계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에 `척추 전쟁'이 벌어졌다는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척추 전문병원의 특징은 지난해 9월 척추전문병원을 개설한 영동세브란스병원을 기점으로 청담동, 논현동, 서초동, 반포동 등에서 불과 3∼4㎞ 거리에 부챗살 모양으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척추 전문병원 때문에 오히려 의료 소비자들은 어느 병원을골라야 할지 헷갈리는 게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설 건강보험연구센터가 200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병.의원이 척추 수술을 한 뒤 청구한 22만5천229건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척추 수술은 2002년 4만1천573건, 2003년 5만6천484건, 2004년 6만6천933건, 지난해1-9월 6만239건 등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일부 환자의 경우 자연 치유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요법등 과잉 의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너무 많은 척추 전문병원들이 경쟁하다 보니까 과잉진료가 발생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척추전문병원의 원조 우리들병원 = 그 동안 강남 개원가에서 척추 치료 부문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이 주도했다. 우리들병원은 현재 병원 뿐만 아니라 제약사(2004년 3월 수도약품을 인수) 등을거느린 헬스케어 분야 기업그룹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했으며 김포공항에 분점을내 운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들병원의 명성이 큰 만큼 상당수 척추병원들이 이 병원에서 나온 의료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병원 출신인 여러분병원 김정수 원장(전 안세병원 원장), 21세기병원 성경훈원장, 이익모 신경외과 원장 등(이상 신경외과)이 분가한 데 이어 정형외과 전문의인 남기세 원장(KS병원 척추센터 원장), 김원중 원장, 정의룡 원장(이상 시너지병원)등이 모두 각자의 병원을 개원한 상태다. ◇ 척추병원 어떻게 고를까 = 최근 국내 척추외과는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각기 다른 개념의 수술기법을 가지고 치료하면서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실정이다. 쉽게 말하면 정형외과는 뼈를 주로 다루는 학문이고, 신경외과는 신경을 주로다루는 학문이다. 즉 정형외과는 목부터 그 이하의 조직을 공부하는 학문이고, 신경외과는 머리부터 사지의 신경을 다룬다. 척추에 관한 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가 공통적으로 보는 분야이며 이 중에 머리와 연관되면 신경외과가, 하지로 연관되면 정형외과가 수술 또는 치료를 한다는 게보편적 분류다.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 같은 척추의 기형이나 변형은 (척추)정형외과가 더 많이 치료하고 `척수종양'과 같은 질환은 (척추)신경외과가 더 많이 치료하는식이다. 그러나 척추를 치료하기 시작한 기간과, 얼마나 열심히 척추만을 연구했고, 얼마나 많이 척추 수술을 많이 했느냐가 실력 있는 의사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정형외과의사인지, 신경외과 의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정형외과가 척추환자를 잘 본다거나 신경외과가 척추환자를 잘 본다는것은 척추병원을 고르는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척추 질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의사(전임의)가 척추 치료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대학병원에서는 `과잉 척추수술' 자정운동 = `척추전쟁'으로 불리는 개원가와 달리 대학병원에서는 척추질환 진료를 맡고 있는 교수들은 척추포럼을 운영하며`과잉 척추수술'에 대한 자정운동에 나서고 있다. 척추포럼은 일부 병원에서 멀쩡한 환자를 수술하거나 이상한 치료를 하고 턱없이 비싼 수술비를 받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게 `척추포럼'의 설명이다. 이 모임에는 정형외과에서 신병준(순천향대).이춘기(서울대).이춘성(울산대).이환모(연세대).하기룡(가톨릭대).김동준(이화여대) 교수가, 신경외과에서는 어환(성 균관대).윤도흠(연세대).오성훈(한양대).김영백(중앙대).신원한(순천향대).성주경(경북대) 교수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척추포럼은 앞으로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잉.오남용 척추질환 수술사례를 감시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척추질환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대국민 강좌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어환 교수는 "최근 2년간 국내 척추수술 증가치는 미국의 지난 9년간 증가치보다 많을 정도로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며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있겠지만 학문적 근거에 따라 옳은 수술만 하자는 우리의 자정운동에 공감할 것으로기대한다"고 말했다. ◇ 개원가도 환자 위한 척추연구 모임 결성 =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가의척추수술에 대해 과잉진료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개원가에서는 "환자들이 몰린다고 해서 과잉진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이미 `바른 척추 연구회' 등을 통해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공동 연구하는 있는 상황에서 마치 개원가가 돈이 되는 수술에만 매진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바른 척추 연구회는 지난 1998년 `최소 절개', `간단한 치료' 등의 새 치료법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던 시기에 결성됐다. 현재는 약 31개 병원의 척추 전문의들이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지역 뿐 아니라 목포 등의 지방에서도 참여하며 약 56명의 척추 전문의를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대규모의 모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모임을 갖는 이 연구회는 매회 의사의 섣부른 판단이 혹시 치료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돌이켜보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연구회측의 설명이다. 때문에 연구회는 이 모임이 보기 드문 의사들의 `반성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바른척추연구회 회장인 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은 "이 시간은 지난 한달간 치료케이스가 나빴던 자신의 환자를 고백하는 시간"이라며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위해 수십 명의 환자가 한 환자의 회복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