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부산 북항 재개발 신중히 추진을

[동십자각] 부산 북항 재개발 신중히 추진을 오현환 hhoh@sed.co.kr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북항 재개발 얘기를 처음 내놓은 후 부산항 재개발 사업이 초고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고 해양수산부는 용역이 끝나기도 전에 1ㆍ2부두를 오는 2008년 착공하기로 재개발 시기를 결정했다. 이후 국제마스터플랜 용역 등이 속속 진행됐고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에게 재개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거창하게 하기보단 친시민적인 공간으로 바꾸도록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재개발 방식에 대한 논란보다 연내 선착공-후배치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 대통령 재직 중에 첫 삽부터 뜨자는 움직임이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산 북항 재개발이 과연 열일 제치고 당장 재개발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것인가. 재개발 대상이 되는 1~4부두는 당장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부실하지 않다. 부산항을 세계적인 미항으로 만든다고 해서 달러가 바로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관광 부산'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해운대, 해운대 뒷산, 센텀시티 등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동부산관광단지도 개발되고 있다. '손님 있는 항만은 수조원을 들여 매립하고 손님 없는 항만은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하이 양산항이 문을 열면서 동북아 물동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부산 신항은 당초 기대와 달리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데 서둘러 북항을 무너뜨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력이 있다면 배후부지ㆍ도로ㆍ철로 등 신항 인프라 확충과 인센티브 확대에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도시 재개발ㆍ재건축은 주인인 주민들이 하지만 항만 재개발은 항만의 주인인 정부가 해야 하고 그래서 세금이 적지않게 든다. 매립방식을 통해 민자를 대규모로 유치하려는 듯하지만 환경문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산에선 빌딩의 공실률이 엄청난데 건물만 쏟아놓는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멀지 않아 한반도의 물류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남북이 통일되고 부산에서 대륙으로 고속열차가 뚫려 신선 수산물이 KTX를 통해 중앙아시아로, 중앙아시아의 농산물이 철도와 초고속선을 통해 동남아로 실려나갈 수도 있다. 한일간에는 해저터널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부산권 출신 대통령이 있는 동안 '숟가락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과욕, 강박관념이 유라시아 관문, 해양수도, 물류 수도라는 부산의 꿈을 오히려 더 불투명하게 할 지도 모른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입력시간 : 2007/02/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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