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건강 급속히 악화 남성 1명 치료받아

■ 인질 건강과 억류상황
2~3개 시설에 분산 수용…여성들 사막·고지대 억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피랍 사태가 10일째로 접어들면서 한국인 인질들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6일(현지시간) 가즈니주(州)의 탈레반 지도자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22명의 한국인 인질 가운데 남성 한 명이 아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CBS에 따르면 가즈니주를 관할하는 주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물라 무하마드 사비르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가운데는 건강이 좋지 않은 인질이 없으며 남성 인질 한 명의 상태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도록 했으며 의료훈련을 받은 동료 인질들이 그를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질로 잡혀 있는 임현주씨도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질 가운데 여러 명이 아프지만 충분한 약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인질들이 잡혀 있는 가즈니주의 카라바그 지역은 수도 카불에서 175㎞가량 떨어진 사막과 산악지대로 의약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인질 22명 중 특히 18명의 여성 인질이 해발 2,000m의 고지대에서 산소부족과 급격한 일교차, 비위생적인 환경 등을 제대로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하며 인질석방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질들이 배형규 목사 살해소식을 접할 경우 신변위협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의 한 당국자도 27일 “우리가 중점을 두고 신경을 쓰는 것은 인질들의 안전과 건강”이라며 “의약품 전달 등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 인질의 분산수용 현황에 대해서는 엇갈린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석방 협상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전날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씨는 “남녀로 나뉘어 2개 집단으로 수용돼 있다”고 전한 반면 탈레반 무장세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질을 두 명씩 11곳에 나눠놓았다”고 주장, 혼선을 더하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3곳 분산설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인질들의 분산수용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탈레반 무장세력의 조직체계가 느슨하고 심지어 조직원 사이에 통신조차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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