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은 대세"… 사회적 합의 도출부터 [선택 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② FTA와 개방정책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개방정책은 필수다. 이에 따른 경쟁은 생산성 향상과 질 높은 고용을 낳는다.”(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개방과 경쟁이 산업의 경쟁력을 곧바로 강화시킨다는 것은 낡은 경제학의 논리다. 인과관계를 과도하게 설정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산업을 고도화하고 해외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한다는 기대가 크다. 반면 시장 개방 과정에서 일부 경쟁력이 낮은 산업과 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FTA에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 FTA 추진동력 자체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13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권에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실제로 진보진영의 한 대선 후보는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ㆍ유럽연합(EU) FTA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과연 FTA를 포함한 시장개방 정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인가. 한미 FTA가 타결되고 현재 EU와 협상 중이지만 FTA를 포함한 개방정책에 대한 한국사회의 찬반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한쪽에서는 능동적으로 시장을 열어 경쟁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산업의 구조를 고부가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FTA는 시장경쟁을 심화시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를 철폐하도록 하며 비효율적인 경영구조와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취약한 산업이나 기간산업 보호 육성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개방부터 서두른다고 비판한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개방화 정책을 쓰더라도 기간산업에 대한 정책적 보호장치는 필요하며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정책을 통해 기간산업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의 음지’에서 산업 간의 균형을 잡아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할인점 이마트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이마트가 세계 굴지의 할인점을 국내 시장에서 이겼지만 이마트는 동네 슈퍼마켓이 경쟁해 태어난 게 아니고 고도화된 자본과 경영 노하우의 집합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도 물량주의와 성장 프레임에 갇혀 질적 성장 또는 개별적 개방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양측의 끝없는 충돌은 우리 앞에 제시된 ‘제한시간’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FTA를 포함한 시장개방정책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선에서는 조세나 부동산 정책이 더 민감한 문제겠지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국제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방정책에 대한 정치ㆍ사회적 합의”라면서 “개방으로 인한 경쟁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낳고 이는 질 높은 고용을 창출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정책을 수행하되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찬성과 반대 세력간 충돌이 이뤄지고 있지만 “내수시장이 협소한 한국으로서는 개방경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숙명”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태호 교수는 “일단 시장이 개방되면 필연적으로 개방에 의해 손해를 보는 산업과 이익을 보는 산업이 생기게 되는데 이들 산업 간의 이익 상충으로 인한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그 자체가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에 겪는 통과의례적 성격을 띤다”고 진단했다. 그는 FTA의 기대효과를 ▦무역확대 ▦제도개선 및 구조조정 ▦외교ㆍ안보적 효과 ▦교역 편중 개선의 네 가지로 나누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제도개선과 구조조정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는 개방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그 과정에 따르는 일종의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방된 시장에서는 그간의 한국적 ‘관행’은 모두 사라진다”면서 “기업 경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보다 잘 감독해야 하고 이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현재 EU와의 FTA 협상을 진행 중이며 곧 이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아가 중단돼 있는 일본과의 FTA 논의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FTA는 교역의 득실보다도 한국의 산업구조를 고부가 구조로 가져가는 계기가 될 것이냐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고부가 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키우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제시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11/27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