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융합 기술 개발" 주장

노동신문 보도… 정부 "터무니 없다" 일축
전문가 "기초적 수준인 소규모 연구 일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성공시키는 자랑스러운 성과를 이룩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과정에서 우리 식의 독특한 열핵 반응장치가 설계, 제작되고 핵융합 반응과 관련한 기초 연구가 끝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차갑다. 더구나 핵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일단 정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현재 전세계 핵융합 기술이 진전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사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가지게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 핵융합 기술 소규모 실험실 수준=그렇다면 북한의 핵융합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대다수 핵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준이 1980~1990년대 우리의 소규모 실험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플라스마를 만드는 단계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만약 북한이 핵융합과 관련한 어떤 실험을 했다면 1980~1990년대 이미 우리가 실험했던 소규모 연구 수준의 기초적인 것이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매우 높은 고온고압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방식의 핵폭탄이 터질 때 만들어진 고온고압으로 수소 원자를 융합하는 방식만 성공했다. 아직까지 핵폭발의 고온고압에 견디기 어려운 실험실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러한 수준의 기술에 성공하기에는 현실적ㆍ재정적ㆍ시간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물론 미국ㆍ일본ㆍ러시아 등 핵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Tokamakㆍ토카막)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핵융합 반응 실험을 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핵융합전문가는 "현재 세계적 연구 동향에 비춰보면 토카막 방식이 (핵융합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장 가능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물리적으로 '불가능' 가능성 낮아=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의 핵융합실험로협의회(ITER)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유럽연합(EU) 등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핵융합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성공하기까지는 몇십년이 걸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험에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 51억유로가 든다"며 "핵융합 발전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가 시설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이런 시설을 소유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보도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전문가들에 따르면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이루는 데 가장 가능성이 있는 장치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 '자기가둠 방식'을 사용하는 토카막(Tokamak) 장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태양 'K-STAR'는 물론 국제협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ITER 역시 토카막 형태의 핵융합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