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봉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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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를 짓고 판매하는 농민과 농산품을 상품으로만 보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각자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과 소비자가 신뢰하며 생산하고 먹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첫 여성 가톨릭농민회 회장(제22대 회장)에 선출된 임봉재(67) 전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장은 향후 2년 임기 동안 농민과 소비자를 하나로 잇는'생명공동체운동'을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가톨릭농민회는 지난 1966년 생긴 해방 이후 최초의 농민운동단체로 여성을 회장으로 뽑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눔과 섬김'이 생명공동체운동의 핵심이라는 임 회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고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가톨릭농민회 산하 전국 9개 교구별로 18일에 출범한 품목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설명했다. 품목위원회는 주ㆍ잡곡, 과수ㆍ채소ㆍ축산ㆍ가공식품 등 5개 품목으로 세부분과를 나눠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계획된 생산과 소비를 실천해 상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다.
임 회장은 "농민과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활성화하면 농민이 직접 가격을 제안하고 소비자는 원하는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면서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넘어 쌀 한 톨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산 과정뿐 아니라 생활 과정 모두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생명공동체운동이 결국 식량 주권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남 거제에서 농민의 딸로 태어난 임 회장은 1972년 필리핀에서 신용협동조합을 공부하고 돌아와 고향에서 신협 활동을 했고 1975년에는 이스라엘에서 지역사회개발론을 배우고 돌아와 이듬해 가톨릭농촌여성회를 만들었다. 1982년부터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임 회장은 2000년부터 경남 산청군 농촌마을에서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