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 日) 양국재계는 도쿄에서 열린 제 15차 한일재계회의에서 양국의 과잉중복투자 해소를 위해 산업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양국이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산업구조조정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상황인식으로 평가한다. 양국의 수출주력상품이 대부분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부문별로 구조조정을 함께 하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양국차원의 산업협력이 성과를 거두려면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간에 치열한 경합과 중복투자가 벌어지고있는 것은 일본측이 거의 모든 제조업분야에서 독주하려는 데 큰 원인이 있다. 이런 전방위 산업체제를 일본이 시정치않으면 양국간의 진정한 산업협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측은 경합되는 업종의 한국측 투자조정에만 관심을 두지말고 고급기술분야까지 한국에 투자하고 자본참여를 하는 대국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일본내 투자과잉부문중 한국에 넘겨줄 것은 넘겨주면 구조조정 비용을 줄여 일본경제의 회생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래야 양국간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난달 일본방문에서 양국은 21세기의 새로온 동반자관계를 선언했다. 한일 재계회의는 일본주도의 아시아 통화기금(AMF)창설에 의견일치를 보고 한일자유무역지대 설치에 관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하는 등 금융·무역투자무문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金대통령의 방일성과에 따른 양국간 경제협력방안이 재계차원에서 구체화되고있는 것은 희망적이다.다만 정부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일본문화개방 계획을 공식발표하기는 했으나 AMF창설은 미국의 입장을, 그리고 한일자유무역지대는 양국경제여건과 국민감정 등을 고려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양국 재계합의는 동반자관계를 지향하는 한일양국이 나아갈 방향중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AMF창설과 엔화의 국제화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지역의 엔블럭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실익이 적지않은 만큼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것이다. 정부의 면밀한 분석과 대비가 요청된다.
그러나 일본이 역내무역블럭을 형성하려면 발등의 불인 아시아경제위기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재계가 우리의 구조조정에 얼마나 협조하느냐 여부는 아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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