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추억을 떠올릴 때 가장 어울리는 악기는 단연 하모니카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지긋이 감을 수 있게 하는 맑고 애잔한 선율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하모니카는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 본 적 있는 친근한 악기다. 하지만 수준급 하모니카 연주는 쉽지 않다. 다른 악기와 달리 하모니카는 들숨, 날숨의 균형이 생명이다. 호흡조절을 놓치면 음이 쉽게 끊어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실력을 인정 받기 힘들다. 올 한해 하모니카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시각장애인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콘서트 ‘White Jazz’를 준비했다. ‘세상은 그의 장애를 보았지만, 인터넷은 그의 재능을 보았다’는 한 편의 광고로 세상에 알려진 전제덕의 연주 실력은 지난해 데뷔 앨범 발매 후부터 인정받고 있다. 앨범 수록곡들은 ‘세련됐다. 하모니커의 소리를 평정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금새 인터넷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세상과의 인연을 맺기 위해 음악을 시작한 전제덕은 초등학교 때 사물놀이패에서 장구를 연주했다. 곧잘 한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89년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특별상과 93년 대상을 거머쥐면서 김덕수 사물놀이패 산하에서 활동해 왔다. 그의 손에 하모니카를 쥐게 한 사람은 벨기에 출신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인 투츠 틸레망. 25살 때 우연하게 라디오에서 들었던 틸레망의 재즈 하모니카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한 뼘 남짓한 하모니카로 어떻게 저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냉큼 달려가 음반을 구입해 듣고 따라 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승도 악보도 없었던 그가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로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각장애자인 그의 연습방법은 듣기가 기본.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악보가 가슴에 새겨질 때까지 계속 듣고 따라 한다. 그는 “한 곡을 반복해서 수 천번 이상 들으면 음악이 이해되고 그러고 나면 내 마음으로 들어온다”며 “한번은 음반을 너무 많이 들어서 CD가 닳아 더 이상 재생이 안된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은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캐롤과 재즈와 발라드로 관객들과 만난다. 라틴ㆍ재즈ㆍ펑키ㆍ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펼치는 그의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래도 한다. ‘Boogie on Reggae Woman‘, ‘Sir Duke’ 등 평소에 좋아했던 스티비 원더의 곡을 골랐다. 12월 17일 4시ㆍ7시30분 섬유센터 이벤트홀. (02)3442-3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