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특허공세의 파고가 갑자기 높아진 것은 그만큼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자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국무역대표부(USTR)까지 팔을 걷고 나서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로열티 문제를 낳게 되는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거세지는 통상압력=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 문제. 미국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밀려 결국 퀄컴사의 ‘브루(BREW)’를 국내 표준인 ‘위피(WIPI)’에 반영한 것이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문제로 퀄컴의 편을 들어 한국에 통상압력을 가한 미국정부를 보며 우리 정부의 역할에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허분쟁이 발생할 때 통상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의 이해를 최대한 반영하고 관련 소송비용ㆍ금융비용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업 연구개발(R&D)센터 중국행=문제는 최근 내로라 하는 첨단 IT기업들이 중국에 대규모 R&D센터를 잇따라 건립하고 있어 이들과 손을 맞잡은 중국정부나 기업이 몇 년 후 자칫하면 국내 기업들에 차세대 기술 관련 로열티 지급을 요구하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노키아ㆍ모토롤러ㆍ노텔네트웍스 등이 최근 열린 베이징 국제과학기술박람회에서 베이징을 R&D 거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는가 하면 에릭슨의 경우 이미 중국에 6개에 달하는 R&D센터를 설립했다. 이들이 설립한 R&D센터나 공장의 기술력은 고스란히 현지 기업에 이전돼 중국 IT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 정부가 나서야=반면 원천기술 확보의 근간이 될 국내 IT R&D센터 유치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국내 R&D센터 설립을 확정한 곳은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를 비롯, 인텔ㆍIBM 등에 불과하며 그나마 실제로 문을 연 곳은 프라운호퍼연구소뿐이다. R&D센터 규모 역시 직원이 수십여명에 불과한 미니연구소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한 마지못한 ‘생색내기’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일단 모셔오고 보자’는 식의 단기대책보다는 구체적인 유치전략과 제도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국계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R&D센터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본사 차원에서는 중국에 더 관심이 많은 만큼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이점을 개발해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