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원국간 친미·반미 갈등 심각

차베스 "美이란등 공격땐 유가 200弗 갈수도"
사우디 국왕 "석유, 분쟁의 도구 돼선 안돼"
원유증산 문제는 내달 정기회의서 다루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정상들이 7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지만 국제적인 관심사인 원유 증산 합의에는 심각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오히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대응 방안 및 OPEC의 정치 세력화를 놓고 친미 국가들과 반미 국가들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돼 석유 카르텔로서의 위상에 흠집만 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앞둔 국제유가 동향 때문에 회의 개최 이전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석유 수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OPEC이 추가 증산을 합의하느냐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의 추세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OPEC은 이번에도 역시 추가 증산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OPEC은 이번 회담에서 증산 문제는 오는 12월5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정기회의 의제로 미루고 OPEC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시설투자 등을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압둘라 알 바드리 OPEC 사무총장도 최근 회견에서 “OPEC 회원국들이 1,500억달러를 들여 시설투자 등을 위한 120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55%가 늘어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OPEC 회원국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국가와 베네수엘라ㆍ이란 등 반미 국가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지 시작했다는 점이다. 석유가격 통제를 주요 목적으로 출범한 OPEC이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칫하면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며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회담에서 최근 미 달러화 약세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OPEC의 석유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회담의 최종 선언문인 ‘리야드선언’에 이에 대한 우려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강력 반발하면서 반미 회원국과 친미 회원국 간의 분열 양상이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달여 동안 달러 약세 문제와 관련돼 회원국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며 “이 문제는 회원국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지만 OPEC 회원국 회의가 아닌 외교 채널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OPEC의 정치적인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친미ㆍ반미 회원국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베네수엘라를 침략할 만큼 제정신이 아닐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며 “OPEC은 전세계의 빈곤에 맞서는 전위대로 행동하는 등 더욱 능동적인 지정학적 기구가 돼 강대국이 OPEC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석유는 건설을 위한 에너지인 만큼 분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OPEC을 독점과 착취의 단체로 만들려는 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해 OPEC의 정치화에 대해 커다란 입장 차이를 보였다. OPEC 내부의 갈등과 관련, 미국의 석유 중개기관 SIG의 야서 엘귄디 애널리스트는 “OPEC 내 분열이 가열되면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며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의 회원국과 미국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OPEC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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