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인플레 확산에 적극 대비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달 연속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FRB의 금리인하는 서브프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경색과 주택시장 불황 등 경기하강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달러화 약세를 자극함으로써 실물자산 투자ㆍ투기를 부추겨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는 금리인하와 함께 만성적인 공급부족 소식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가 배럴당 9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원자재 가격 앙등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구리 등 비철금속은 물론 곡물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달러약세와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경제도 혼란에 빠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0%나 상승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원화환율은 달러당 800원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서 수출기업들이 초비상이다. 기업들은 920원은 돼야 버틸 수 있다는데 환율은 이미 그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수출을 포기했고 한계상황을 느끼는 대기업들도 계속 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를 두 달 연속 내린 것과 달리 우리는 지난 7, 8월 금리를 올려 은행마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금리가 뛰는 바람에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고 대외변수에 유난히 취약한 게 우리 경제다. 원고(高)ㆍ고유가ㆍ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달러약세와 고유가 등은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달러약세에 따른 원화강세는 불가피하지만 경쟁국 통화에 비해 더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 해외자원 개발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류세를 인하해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통령선거로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그럴수록 정부는 경제팀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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