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진다.”“아니다. 기술적 반등이 나올 시점이 됐다.”
이라크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번 주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락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쟁 가시화와 함께 악재 해소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재 속에 짓눌린 시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재료도 속속 출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이 하락장세에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정부의 증시안정책 발표, 미국의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은 하락장세를 막는 완충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한ㆍ미 경제의 침체조짐ㆍ기업실적 악화 징후 등은 여전히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13일이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도 추가하락과 반등 장세로 나뉘는 가운데 더 떨어질 경우 520~530선까지 떨어지고 반등할 경우 560~580선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위기증대에 따른 우려와 기대감이 혼재하고 있는데다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매매가 나타나고 있어 시장의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위기 피크, `위기냐 기회냐`= 그 동안 증시를 짓눌러왔던 이라크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실체가 이번 주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미국 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엔 승인이나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인 우방의 지지 없이도 이라크를 무력으로 무장 해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 전쟁 발발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미국과 영국이 이번 주초 이라크에 무장해제를 최후 통첩하는 2차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처리할 경우 이라크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쟁발발에 따른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시충격 후 급반등이라는 기대감을 확산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덕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라크 전쟁 여부는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인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조심스럽게 기술적 반등을 예측했다.
반면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고 트리플위칭데이까지 겹쳐 있어 예사롭지 않은 한 주간이다”며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소각, 외국인 매도세 완충역할 할 듯=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의 매도세다. 우리 증시의 경우 이라크 전쟁위기에다 북핵 문제, 기업실적 악화 우려 등 복합적인 악재가 많아 외국인이 매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지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각결정이 이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자사주 매입이 투자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소각을 통해 주식가치 제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외국인들의 평균 삼성전자 매입단가가 35만원인데 반해 현재 주가가 28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 대부분 15% 이상 손실을 보며 손절매하고 있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 이들의 손절매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10일 예정돼 있는 정부의 증시안정책 역시 주초반 장중 매물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장 초반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닥 35 지지여부 관심= 지난 주 이격도가 90으로 벌어지는 등 극도의 과매도 상황을 보였던 코스닥은 이번 주에도 쉽사리 실마리를 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기관과 연기금, 외국인이 모두 외면하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주초반 하락세를 보일 경우 35선까지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이 15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 중반 이후 거래소가 반등하면 거래소 이상의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닥 확인 후 저점 분할 매수를=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 530선에서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매도세를 유지하겠지만 과매도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시장 충격이 어느 정도일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라크 전쟁 발발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낙폭이 컸던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를 고려해 볼만하다고 조언했다.
현정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일시적인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자세가 필요하다”며 “일시적인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