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또 한번의 신화를 기록하며 저변 확대에 성공할 것인가.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의 신기록 행진과 강제규 감독의 블록버스터급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개봉(5일)을 앞두고 이를 지켜보는 영화계의 시선이 뜨겁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북파 특수부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실미도`는 개봉 40일째인 지난 1일 전국 관객 857만6,000명(서울251만6,000명)을 불러모으며 1,000만 관객을 향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전국 관객수 835만 명을 돌파, 영화 `친구`(2001)가 세운 종전 기록 818만명(한국영상자료원 자료ㆍ제작사 집계는 819만1,000명)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평균 10만명 수준이던 주말 관객 수도 배 가까이 늘어났다.
5일 개봉할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관심 역시 상당하다. 한국 영화로서는 최대 제작비인 147억원(마케팅 비용 포함 17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부산 벡스코에서 단일 영화로서는 최초로 대규모 관련 전시회를 연 데 이어 3일 해외 영화인 및 언론을 대상으로 필름 공개(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모았다. 우리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해외 영화인들을 국내로 초청, 시사회를 연 일은 이번이 처음. 이날 행사에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배우 나카무라 도오루와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가즈유키 감독, 월스트리트 저널ㆍ 뉴스위크ㆍ 후지TV 등의 언론과 UIP재팬ㆍUPJㆍ콜롬비아ㆍ미라맥스 등 배급사 관계자들이 참석, 영화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이 영화는 휴전선 인근 두밀령고지나 평양 시가지 같은 전투장면에서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높은 완성도와 사실성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영웅담과 전우애 등에 치중하는 할리우드 전쟁 영화와는 달리 이데올로기 갈등에 희생될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의 아픈 내면을 드러낸 반면에 극심했던 이념적 갈등 요소는 많이 완화된 점이 특징적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이후=`실미도`의 흥행으로 `다른 차원의 한국 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던 영화가의 바람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 됐다. 실화가 주는 탄탄한 극적구조는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된 `맥없는 시나리오`를 극복해 내는 힘으로도 작용했다. `아리랑` `역도산` `바람의 파이터` 등 실화에 바탕을 둔 크고 작은 영화들이 잇달아 제작 및 준비에 돌입하게 한 점도 `실미도`의 영향력을 간과하긴 힘들다. 영화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및 설 연휴 시즌에 대형 할리우드 영화와 맞붙어 일련의 성과를 거둔 점과 설 연휴 극장을 방문한 30대 이상의 성인관객이 `후폭풍`의 주역이었다는 사실 역시 `실미도`를 주목케 하는 원인이다.
`실미도`의 입장 수익 역시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 손익분기점이 관객 350만명 수준이고 한국영화 입장수익을 극장과 제작사가 5대5로 나눠 갖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까지의 입장 수익만 약 178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미도`는 ㈜플래너스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및 투자를 진행하고 배급까지 나서 기타 비용의 여지를 줄였으며, 통상적인 단매 방식(지방 업자에 필름을 넘기는 것) 대신 각 지역 극장과 개별적으로 배급을 진행, 효율성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가 주는 가장 큰 파급력이라면 연출력에 더욱 주목하는 문화를 개척해 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간 영화가는 막대한 자본력과 신인급 감독의 기지 등이 중심이 돼 움직여 왔던 게 사실. 그러나 노하우를 지닌 팀이 오랜 시간의 기획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낼 때 `대박`이 뒤따른다는 제작 풍토가 두 작품을 계기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밖에 수출 창구를 확장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실미도`는 필름을 해외 수입업자에게 팔아 넘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일본 현지 극장과 직접 교섭, 일본 직배 방식의 수출을 꾀하고 있다. `태극기…`는 오는 6월 일본 27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이 확정됐고, 우리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스칸디나비아 3개국에서도 개봉된다. 또 2주 뒤 미국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현지 언론인,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개최, 수출에도 역점을 둘 예정이다.
하지만 대형 제작사와 배급사가 극장을 독점, 배급력과 흥행력이 `윈-윈 작용`을 일으키게 된 현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태극기…`의 스크린도 한국영화 사상 최대인 400여 개에 달할 예정. 두 영화는 배급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 동시에 몇몇 한국 영화의 파급력이 그간 목놓아 비난하던 대형 할리우드 영화의 장악력에 못지않은 수준임을 증명해 냈지만, 지나친 독점구조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염려의 시선 역시 한 몸에 받아야 할 입장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