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복지·교육·의료 등의 복지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단계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재정의 27%로, OECD 국가 평균인 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복지지출이 외환위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앞으로 복지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을 봐도 국방비 3,504억원을 감액하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일반 행정경비 4,413억원을 삭감한 반면 사회복지예산은 1조3,201억원을 증액하는 등 복지사회를 위한 재정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편성했다.
이처럼 정부살림이 복지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꾸려지고 있는 이유는 민간 부문이 하기 힘들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정이 해야 할 영역이 존재하고 시장경제가 발전해가더라도 정부재정이 책임져야 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복지예산으로 인해 이제야 비로소 개발시대 성장위주의 정부정책에서 탈피해 분배가 제 몫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워야 여럿이 먹을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언제까지나 약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 국가가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에 대비해나가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조세부담이 필수적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담세능력이 있는 계층의 세부담을 적정한 수준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조세체계 개편도 추진해나가야 한다. 복지사회를 향한 재정의 역할증대가 시급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논하는 자는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소유해야 한다”고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이 말했다. 경제문제의 원인진단에는 냉철함을 잃지 않되 그 대책은 사회의 그늘진 곳을 살피고 보듬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약자를 외면하지 않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이유일 게다.
값비싼 물품이 쌓여 있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남대문시장에서’ ‘가락시장에서’ ‘자갈치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장보는 주부들의 얼굴에도 삶의 보람과 미래의 희망을 확신하는 그러한 경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성장을 멈출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분배도 미룰 수 없는 시대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병술년((丙戌年) 한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