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Law테크] ③경쟁社와 가격관련 대화도 처벌대상

불황기 일수록 '담합 유혹' 피해야


#1 -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우울한 기사들과 관련 지표들을 모니터로 보면서 마음이 무거운 아침이다. 미국지역 판매본부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수요 침체로 재고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통업체에서 가격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사업자가 유통업체 공급가격을 대폭 낮추었기 때문이다. 판매부진과 수익성 악화라는 불황의 그림자는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무언가 획기적인 돌파구는 없을까? 이러다가는 제품가격이 폭락한다. 경쟁자 모두가 죽는 길이다. 이렇게 그대로 앉아있을 수는 없다. 마침내 경쟁사업자의 CEO에게 전화를 건다. 선문선답처럼 상호 협조의지를 탐색한 결과 상대방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조만간 만나기로 약속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2 - 매월 만나는 경쟁업계 친목회날이라고 영업부장이 참석보고를 하러 들렀다. 영업부장은 친목회 참석까지 꼭 구두보고를 한다. 친목회에서는 제법 영업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가져오고, 경쟁사들의 상황도 파악해온다. 회식만 하지 말고 골프도 한번 하라고 격려해준다. #3 - 협회에서 회원사 간담회 개최를 알리는 공문이 왔다. 시장질서 안정화 차원에서 열리는 간담회다. 시장을 교란하는 대리점들에 대한 경쟁 대리점들의 불만이 우리 제조사협회에까지 전달돼 소집되는 간담회다. 각자의 대리점에 대한 판매관리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익숙한 일상의 모습일 수 있다. 영업부서의 일상은 거래선 만나고, 경쟁사업자 동향 파악하고, 그 결과 종합해 판매전략 세우고 그런 일들일 것이다. 협회는 수시로 회원사 모임을 주선한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이 담합 조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장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쟁사업자와의 접촉이라는 것이다. 그 접촉이 전화이든 만남이든, 일대일 회의든 협회의 모임이든, 업무상의 모임이든 친목모임이든 경쟁사업자와의 접촉은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엄청난 법률적 위험을 초래한다. 바로 담합의 위험이다. 담합은 명시적인 합의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담합은 많은 경우 경쟁사업자간에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이루어진다. 담합 참여자들이 스스로 담합이라고 느끼지 못하지만 법률적으로 담합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실행되지 않은 담합도 처벌되므로 경쟁사업자와 가격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회사로 돌아와서 독자적으로 가격에 관한 의사결정을 했더라도 담합의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담합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금액도 늘어나서 개별 회사에 대하여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넘어서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과 받은 벌금 누적금액도 2007년말 기준으로 1조원이 넘었다. 담합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처벌도 벌금형에서 이제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되고 있고, 우리나라 회사의 임직원이 미국에서 1년 내외의 징역형을 집행당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원칙은 간단하다. 이와 같은 엄청난 위험을 피하기 위한 알기 쉬운 원칙 하나는 “경쟁사업자와는 가격을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불황의 시기, 가격 폭락의 시기에 담합의 유혹이 많다. 경영자 스스로 이 원칙을 잘 지키고, 회사 내부적으로 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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