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 나들이] BMW 뉴650i 컨버터블

날렵한 몸체·강력한 엔진…핸들링·가속능력 '발군'


햇살이 나른한 봄날 아침. 자동차 천장을 활짝 열어 젖힌 채 도로 위를 달려본다. 운전석으로 비집고 들어온 신선한 바람에 스트레스가 온통 씻겨져 내린다. BMW의 신형 오픈카 ‘뉴650i 컨버터블(사진)’의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서울 근교의 한 수목원을 향하는 길. 새로 맞는 봄의 따사로움을 느끼기에는 컨버터블 만큼이나 좋은 차종이 또 있을까.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자동 접이식의 천정을 열면 시원하게 트인 봄의 맑은 하늘이 시선 속으로 빨려 든다. 좁은 썬루프로 올려다본 하늘과는 격이 다르다. 수목원의 울창한 나무와 갓 틔우려는 꽃망울 사이를 가로지르는 차량의 모습이 풍경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 같다. 굳이 미술 사조로 설명하라면 강렬한 색채의 인상파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자동차가 순전한 ‘탈 것’에서 ‘즐길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뉴650i 컨버터블은 분명 그 정점에 서 있는 차종이다. 바람으로 깎아놓은 듯 날렵한 디자인이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강력한 주행성능, 오픈카만이 줄 수 있는 탁 트인 개방감은 운전이 그저‘이동한다’는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자유 욕구를 맘껏 분출하는 감성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수목원의 풍광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은 한산했던 오전과 달리 통행량이 조금 늘어난 상태였다. 조금 더 늦어지면 서울 진입로 부근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에 속도를 내 보았다. 가속 패달에 겨우 조금 힘이나 주었을까. 전방에 있던 자동차들이 순식간에 사이드 미러의 후방 저편으로 밀려난다. 정지상태에서 5.7초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더니 과연 가속능력이 발군이다. 핸들링 역시 BMW 차종답게 자로 잰 듯 정확하다. 고속중 몇 차례 차선 변경을 하려고 시선을 돌리면 어느새 차 앞머리가 그 방향에 가 있을 정도다. 경량 알루미늄과 열가소성 플라스틱 복합 소재로 차체를 만들어 무게를 가볍게 한데다 차량의 무게를 50대 50으로 균형감 있게 배분했다는 설명이 수긍이 갔다. 더구나 BMW의 최상위급 대형세단중 하나인 뉴750Li에 장착됐던 4.8리터급 V8엔진을 탑재함으로써 힘이 35마력이나 높아진 점은 뉴650i 컨버터블의 주행성능을 한층 향상시켰다. 워낙 가속능력이 좋아 위험 속도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계기판 등을 통해 주행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한때 항공기에서나 볼 수 있다던 첨단 디스플레이 장비인 HUD(전방표지장치ㆍhead up display)가 장착돼 있다. 이 장치는 속도를 비롯한 계기판의 주요 정보를 운전자의 시선 전면 유리창에 디지털로 표시해주는 장치다. 고속 주행시엔 전방에서 시선을 잠시만 떼어도 큰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운전자가 계기판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전방을 주시한 채 주행 상태를 체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체를 피하려고 서울로 최대한 빨리 달려왔지만 마음 한 켠에선 복잡한 시내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운전에 대한 금단증상을 느끼게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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