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핵심 경기부양정책인 대출 보조금 지급을 올해 말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과잉 유동성으로 물가불안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WSJ에 따르면 베트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정부 지원으로 은행 대출 금리는 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에 나섰고 무려 415조동(약 22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렸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베트남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5.5%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부양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현지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가 유동성 공급정책을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11월까지 시행된 대출이 지난해 대비 36% 증가하는 등 올해 목표치(30%)를 이미 넘어섰고 유동성 증가에 따른 버블 형성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베트남 정부가 서둘러 보조금 지급을 끝내게 된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08년 과잉 유동성으로 물가가 28%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바 있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은 크게 낮아졌지만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HSBC는 내년 중반께 물가가 다시 두자릿수로 올라설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대출로 은행의 부실자산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축소가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베트남 증시는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날보다 3.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