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적정 화폐교환비율은 북한 1원=남한 8~20원이며, 북한경제가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해야 남ㆍ북한 경제력격차가 동ㆍ서독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남북한 화폐ㆍ금융통합에 관한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북한이 공식발표한 북한 원화의 가치가 실제보다 고평가돼 있다며 북한 1원=남한 8.15원~20.79원이 적정교환비율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남한의 7.86%수준인 북한의 경제력(1인당 국민소득 기준)을 동ㆍ서독간 격차수준인 56.0%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북한경제가 앞으로 30년간 연평균 11%씩 성장(남한 경제성장률 연4% 가정)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KDI의 `남북한 화폐ㆍ금융통합에 관한 연구`는 두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남북통일이 급진적으로 진행된다면 화폐와 금융부문도 신속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통일이라면 인위적으로 일정을 정하기 보다는 시장 여건의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했다는 것과 남북한 금융통합에 관한 연구중 가장 최근이며 가장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KDI보고서는 이와 함께 통합이 급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화폐와 금융통합도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할 때 북한원화를 고평가하기보다는 저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북한지역의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에서다. 또 북한의 국영은행을 옛 채무의 족쇄로부터 해방시켜 기업의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점도 통일 후 남북한이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다. 점진적인 통일이라면 화폐ㆍ금융시장을 서두르기보다는 금융시장의 전체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밖에 독일 등 다른 지역의 통합 경험에서 볼 때 언제 최종통합에 들어가는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KDI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경제력격차를 해소하는게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2000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GNI)은 757달러로 남한(9,628달러)의 7.86%수준이다. 이 같은 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통합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남한경제가 연4%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동서독 격차인 56.0%에 이르려면 30년간 11.0%씩 성장해야 하고 남한내 지역간격차인 63.2%에 달하려면 연간 11.5%씩 성장해야 한다. 북한 경제의 신속한 회복이 통일과 화폐통합을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