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정부ㆍ여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추진 방침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력 효율성 제고라는 혁신방향과 맞지 않은데다 인건비 확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정규직 전환을 강행할 계획이어서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대상 많다=대형 공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비정규직 인원이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인력조정 과정에서 총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비정규직은 2,514명으로 정규직 대비 63.2%의 비율을 나타냈다. 이들 대부분은 톨게이트 징수요원, 고속도로 안전순찰, 도로정비, 일반사무 등에 종사하고 있다. 철도공사도 비정규직이 지난해 3,020명에서 지난 4월에는 2,0917명으로 집계됐다. 주로 승차권을 판매하는 역무원 분야와 차량정비ㆍ시설ㆍ전기 분야 등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중 1,900명가량이 정규직화 대상으로 추산된다.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겠지만 상당한 예산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 아웃소싱을 확대할지, 별도 직종을 만들어 정규직화 할지 등의 여러 방안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환 효율성 감안해야=공기업들은 경쟁력 강화 측면도 감안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촌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608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70%에 머물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효율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의 지난해 말 비정규직은 수질분석ㆍ시설운영 보조인력 등 184명으로 전년 말의 124명에 비해 늘어났다. 이 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려면 정부가 정원을 확대해줘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해당 업무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상시적인지 따지는 직무분석이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비정규직은 178명인데 주로 단순업무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신규채용이 훨씬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도 “부담스럽다”=공기업 노조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하고 있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정규직 노조원들이 선뜻 찬성하는 분위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비슷한 업무를 한다면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따라 정부의 정규직화 방향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일부 정규직 노조원 중에는 ‘우리는 시험을 보고 경쟁을 해서 입사했는데 그냥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불확실한 만큼 의견 개진이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정규직화는 결국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고용여력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상시적인 업무에 한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임금차이가 커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