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열' 현대家] <하> 마지막 타협의 가능성은

'진실공방' 이젠 명분싸움으로…현대, 끊임없는 설전으로 현대重 반응 끌어내
상대방 입지 좁혀 '쓸수있는패' 줄이기 포석…16일 현대상선 주주명부 폐쇄서 결론 나올듯


['갈등과 분열' 현대家] 마지막 타협의 가능성은 지루한 명분싸움…"승자는 없다"현대, 진실게임 무대로 현대重 유인에 성공'백기사' 증명 압박 하면서 M&A카드 봉쇄양측 내상 생각보다 커 막판 타협 가능성도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지분구도를 보면 현대그룹이 열세인 것은 확연합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득' 못지않게 '실'이 클 것입니다."(고민제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이달 중순 예정된 현대상선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신경전이 첨예하다. 하지만 정말로 M&A 의도를 갖고 있다면 자금 동원력에서 압도적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우세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현대그룹 역시 명분에선 앞서지만 직접적인 싸움에선 열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자금력과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자가 거머쥘 듯하다. 하지만 양측이 소모전 공방에서 벗어나 막판 타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기간에 판세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면 양측이 입는 내상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패를 줄여라=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현대그룹이 되레 공세에 나선 것은 '진실공방'을 통해 상대방의 입지 축소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의 주장대로 '백기사'가 맞다면 스스로 증명하라고 압박하면서 M&A카드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9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27일의 현대상선 지분(26.68%)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임을 명시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나중에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지만 만약 입장이 바뀐다면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받게 돼 우호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로써 힘겨운 '나 홀로 설전'을 벌여왔던 현대그룹은 상대방을 진실게임의 무대로 끌어내는 데 성공하게 된 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일단 선수를 당한 만큼 끊임없는 설전을 펴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지연전술'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역시 진실게임 공방에서 얻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이 KCC 등과 함께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는데 상대방이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함으로써 일단 싸움을 걸 빌미를 잃어버렸다. ◇승자는 없다=이해 당사자들의 본격적인 힘 겨루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승자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때문에 양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심을 버리고 봉합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가에 정통한 재계의 한 인사는 "양측이 주주이익 극대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총수 등 대주주 일가의 감정싸움에 기업의 귀중한 재원이 낭비되는 것"이라며 "현대가의 문제는 가족들이 직접 해결하는 게 정석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양측이 이번 싸움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선과 중공업사업의 수직계열화 시너지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국내 조선업의 경우 수주물량 중 내수비중이 10%에도 못 미쳐 여유자금이 있다면 해외시장 공략과 시설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미한 수주물량을 바라보고 막대한 재원을 낭비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정설이다.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그룹을 인수할 경우 사업리스크가 큰 현대아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거리다. 대북사업의 특수성과 향후 막대한 투자계획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 측으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현대그룹 역시 이번 분쟁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초 현대상선은 신규 선박 확보 등을 위해 올해 2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책정했으며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 등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재원마련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경영권 방어에 자원을 총동원하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싸움은 결국 양측 다 패배자로 남을 수밖에 상황"이라면서 "일정 수준 경영권을 보장하고 한발씩 물러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6/05/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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