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말 임기가 끝나는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의 후임을 경선없이 선출하자는 주장이 당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내년 2월18일 전당대회에서 조만간 당에 복귀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 진영과 김근태(金槿泰) 복지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가 사활을 건 정면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각 계파들이 합의를 통해 후임을 선출,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친노직계가 중심이 된 의정연구센터 내에서도 경선없이 원내대표를 뽑자는 `추대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연 소속의 한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자칫 계파간 경쟁이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며 "당이 비상상황인만큼 이번에는 경선없이 원내대표를 뽑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의정연 소속 의원들이 추대론에 공감하는 이유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양대 계파가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대충돌하고, 어느 한쪽이 승리할 경우에 패한 쪽이 입게될 내상으로 인해 당내 단합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두 차례 경선에서 승리하는 차기 대권주자에게 힘의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조기 `권력이동' 현상을 경계하는 방어심리도 작동하고 있다.
원내대표 추대 대상으로는 당내 중진인 배기선(裵基善)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정무수석 출신인 유인태(柳寅泰) 의원이나 원혜영(元惠榮) 정책위의장 등 계파적 색채가 엷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양대 계파에 속하지 않는 중도파 의원들 일부도 추대론에 동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장 의원 가운데 일부는 원내대표 추대 대상으로 거론되는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나름대로 교통정리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일각에서는 계파색채가 엷은 인물을 찾은 뒤 각 계파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양대 계파가 교통정리를 통해 경선없이 원내대표를 추대토록 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시 정동영계로 분류됐던 정세균 후보가 단독으로출마해 경선없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처럼 이번에도 한 계파의 양보를 이끌어 내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재야파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정동영계 일각에서는 경선없이 자파 소속인 김한길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주장을 내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