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 11년만에 정권교체
총선서 노동당 승리··· 친미 외교노선 변화 예상차기총리 케빈 러드 확정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지구온난화 문제로 호주의 정권이 11년만에 교체됐다.
호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4일 치러진 총선에서 유권자 전체 1,350만표의 75%를 개표한 결과, 노동당이 득표율 53.3%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케빈 러드 노동당 당수가 차기 총리로 확정, 호주 하원의 총 150석 중 과반이 넘는 86석을 노동당원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6년부터 집권해온 존 하워드 총리는 지역구인 베넬롱에서 앵커 출신 경쟁자인 맥신 맥큐한테도 패할 것으로 보여 하원 의석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번 총선을 노동당의 승리로 이끈 주 요인 중 하나는 호주의 온난화 정책이다. 존 하워드 현 총리는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들 중 유일하게 교토의정서 가입을 미뤄왔다. 하지만 호주는 극심한 가뭄과 이로인한 여름철 산불을 빈번하게 겪는 등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러드 차기 총리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도 반드시 가입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여론이 변화에 무딘 하워드 총리보다 미래지향적인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한 러드 당수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는 하워드 총리와 달리 이라크 파병을 처음부터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호주의 친미 외교노선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가뜩이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아군을 잃는 셈이 됐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그의 당선은 호주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러드 차기 총리는 중국어에 능통한 친중국통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호주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에도 기대감이 불고 있다.
입력시간 : 2007/11/25 18:57